외신들은 한국의 소·돼지 살처분 상황을 타전하며 이는 비인도적 방식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비난 목소리를 전했다. 정부는 돼지를 안락사시키기 위한 약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 채로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최대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12일(현지시각) '한국이 140만 마리의 돼지를 산 채로 파묻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돼지를 산 채로 묻기로 한 한국의 결정이 국제 동물보호 단체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전했다.
<허핑턴포스트>는 한국이 돼지의 12%를 살처분하기로 한 것은 육류 수출 경쟁력을 위한 것이라는 당국자들의 말을 전하며 "수천 마리의 돼지들을 큰 트럭에 싣고 와 거대한 구덩이에 넣고 산 채로 흙을 덮어 매장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 매체는 이어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 등 국제 동물보호단체는 돼지를 살처분하기보다는 백신을 주사해야 한다는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 미국 최대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한국 정부의 돼지 살처분이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허핑턴포스트 화면캡처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축산농민들이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11일 전했다.
<WSJ>는 이번 사태로 인해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한국은 전에도 3차례 유사한 사태를 겪은 바 있지만 이번에는 사태가 6주간 지속되고 거의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는 이 신문에 "이번 사태는 한국 역사상 가장 심각하다"며 "구제역 확산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천에서 소를 키우는 농부 김희동 씨는 "나는 차마 (살처분 광경을) 눈뜨고 볼 수 없었다"며 "내가 키우던 100마리의 소들이 죽은 것을 보고 나는 까무라쳐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WSJ>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 씨는 "20년 전 소 한 마리만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보상이 충분치 않다며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에서 현재로서는 육류 공급이나 가격에 큰 변화가 없지만, 설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7일자 기사에서 "11월 말부터 계속된 구제역 사태로 인해 한국에서 육류 가격이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로부터 더 많은 쇠고기를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시사주간지 <타임>과 영국 <스카이뉴스> 등은 지난 9일 기사에 따르면, 국제 동물보호단체 세계가축애호협회(Compassion in World Farming)가 "한국 정부의 조치는 5년 전 비준한 인도적 살처분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한국 정부에 이런 끔찍한(horrendous)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만약 살처분이 필요하다면 인도적으로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꼭 (돼지들을) 죽여야 한다면 최소한 그들을 인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환경보호단체 '케어투'(Care2)도 11일 '한국은 돼지 생매장을 멈춰라'라는 글을 통해 "한국 정부가 동물들을 살처분하는데 공포스러운(horrific) 방법을 쓰고 있다"며 비판하고 이로 인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는 농부, 군인, 경찰, 공무원들도 마음의 상처(trauma)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글에 대한 댓글에서 한 외국 누리꾼은 "내가 인류의 일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다른 누리꾼도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짓은 수치스럽고, 사악하고, 추악하고, 온갖 나쁜 말을 다 갖다 붙여도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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