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 2부에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현백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성균관대 교수) 등이 최근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토론에서는 특히 남재희 전 장관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이종석 전 장관이 '다르면서도 같은' 대북관·정세관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남재희 전 장관은 우선 '대북 대화파'가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행위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화파들이 북에 대해 할 말은 해야 보수적인 사람들도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비판은 전혀 하지 않고 통일과 대북 지원만 얘기하고 남쪽 정부만 비판하니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남 전 장관은 또 "북한이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대단한 위기 상황에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북한 붕괴론만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문제지만 북한의 위기 상황을 준비하지 않고 평화론만 제기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자료사진 |
이 전 장관은 이어 "북한의 호전성은 상수지만 전두환 정부 때부터 그 호전성을 남쪽이 관리해 왔고 그에 따라 호전성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며 "그러나 이 정부가 북의 호전성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과 같은 야만적인 행동을 벌였다. 전두환 정부 때보다 못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북한 유사시에 대한 대비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북한 급변사태의 1% 가능성만 있어도 정부가 대비하는 게 마땅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대비 계획이 있었다"며 "다만 급변사태가 정말 일어났을 때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공개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급변사태에 대비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北 주민의 대미 공포심 없애야 핵 폐기 가능"
남재희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는 "북한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비용을 적게 지불하려면 쌀도 주고 의약품도 주면서 유화정책을 씀으로써 북이 연착륙하도록 하는 게 지혜"라며 "북한 붕괴론을 신뢰하면서 대북정책을 쓰는 건 참 어리석다"고 말했다.
남 전 장관은 또 "이 정부는 흡수통일을 생각하는 모양인데, 한국전쟁 때 모택동의 아들을 포함해 30여 만 명을 희생시킨 중국이 (흡수통일된 한반도에 남을) 미군기지를 어떻게 허용하겠나"라며 "북한이 위기에 처할수록 우리가 그들의 탈출구를 열어주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재임 중 미국의 정밀타격을 염려해 잠자리를 매일 옮겨 다녔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는 미군의 폭격으로 딸을 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어마어마한 정확도를 가진 미군이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언제 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이 핵 개발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 자료사진 |
그는 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 때 미국의 폭격으로 북한이 석기시대로 갔다고 했다. 그처럼 이북 사람들의 대미 공포심은 몸에 박혀 있다"며 "그런데도 핵을 먼저 포기하면 1인당 GDP 3000달러가 되게 해준다는 건 난센스"라고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강도한테 총을 먼저 치워야 돈을 주겠다고 하면 얘기가 안 된다. 총과 돈을 동시에 교환해야한다"며 "북한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서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 평화체제를 형성시켜야 핵이 없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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