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11일자 칼럼 '南이 核 가져야 北이 협상한다'에서 "핵 보유를 공론화하는 용기와 슬기를 보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첩경"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대중 고문은 "역설적이지만 남(南)도 핵을 보유함으로써 상호견제와 핵군축 협상을 벌일 때 한반도의 비핵화는 가능하다"며 "20여 년 간 북한의 핵문제 하나 처리하지 못한 채 세계 강국들의 무능과 한계에 우리의 생명과 국토의 보전을 맡겨놓고 우리는 뒷전에 처져 있는 참담한 현실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지도자들은 우리가 핵을 가져야 북한이 비로소 굽히고 들어온다는 것을 우리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설득하고 핵 보유를 공론화하는 용기와 슬기를 보여야 한다"며 "그것이 한반도 비핵화의 첩경이며 요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날, 남북 간에는 비로소 실체가 있는 협상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미국, 연평도 사건에 벌벌 떨어"
이같은 극단적인 주장에는 미국이 남한을 '배신'하고 북한의 대화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읽힌다. 김대중 고문은 최근의 국제 정세에 대해 "북한과 짠 듯이 '대화'와 '6자회담'을 종용해 온 중국은 당연히 '대화'를 압박할 것이고, 미국마저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눈치"라며 "오바마 정부는 아직은 핵 포기를 전제로 대화에서 한 발 빼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한반도 서해안의 한 작은 섬으로 인해 큰 전쟁에 말려들까 봐 두려워 결국 대화의 길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이 그 (핵 억지) '기능'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핵 보유와 미국의 핵우산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연평도 사건 하나에도 벌벌 떠는 미국이 북의 핵 공격 시 중국과 전면전을 불사하며 핵우산을 펼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핵우산의 한계"라며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되지만 핵우산은 협상의 대상이 못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인식은 '공포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냉전 시기의 발상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협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핵의 균형 때문"이었다며 "북쪽은 핵을 위협삼아 떵떵거리고 있고 남쪽은 핵이 없어 북의 핵 공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핵'은 정확히 말해 공격용도, 방어용도 아니"라며 "남북한 균형을 겨냥한 견제용이며 대북 협상용"으로 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남한의 핵 보유의 조건으로 "6자회담 당사국이 언제까지 북핵의 폐기 내지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낼 것인지 시한을 정하고, 만일 그 시한 안에 어떤 해답을 이루어내지 못할 때 한국이 핵 프로그램에 나설 것"과 "한반도의 긴장요인이 영구적으로 제거되거나 통일이 달성되는 그 시점에 핵을 자발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것"을 꼽았다.
"북한, 20년간 같은 패턴…핵 포기할리 만무"
최근 계속된 북의 대화 제의에 대해 그는 "연평도를 포격하고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이 태도를 바꿔 남북 대화를 재촉하고 나왔다"며 "과거 한국의 좌파 정권 10년간 재미를 본 북한은 이명박 정부 들어 돈줄, 쌀줄이 떨어지자 핵위협, 포격 등 군사적 도발을 통해 남쪽을 어느 정도 흔들었다 싶었는지 이제는 '대화'하자고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대화하고 회담하는 것처럼 하다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워 협상을 결렬시키고 은둔모드로 잠적한 뒤 핵실험·총격·테러 등으로 긴장사태를 조성하고, 그것을 기회로 다시 대화모드로 복귀하는 척하곤 했던 것이 지난 20년간의 반복된 패턴"이라며 "우리는 또 북한의 수법에 걸려들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그는 북핵 문제를 거론하며 "이럴 때마다 번번이 등장하는 북한의 강력한 무기가 바로 핵"이라면서 "핵실험에 이어 농축우라늄을 과시하더니 금년 신년사설에서 '핵 참화'를 거론하며 여전히 우리를 겁주려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 북한연구자, 학자와 정치인 어느 누구도 북한이 실제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북한은 그들이 핵을 포기하는 날 망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룰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의 당사자는 물론 주변 국가 모두가 '비핵화가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버릇처럼 해보는' 대북협상의 허상에 매달리고 있는 꼴"이라며 "북한이 어느 경우도 핵을 버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입만 열면 북핵 포기를 떠들고 있으니 이런 자기기만이 없고,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고 '협상 무용론'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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