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장관은 이날 '2011 한반도평화 대토론회'에서 "부시 전 대통령도 6년간 '북한은 악의 축이다. 선제공격을 통해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며 압박정책을 써 오다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니까 180도 돌아서서 직접 대화를 하면서 6자회담을 발전시키고 많은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우리 대통령도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민주당 남북평화특별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임 전 장관은 "부시 정부의 네오콘들은 초기에 '북한이 붕괴한다'가 아니라 '붕괴시켜야 한다'는데 토대를 두고 대북정책을 폈는데 이 정부가 네오콘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자료사진 |
"북한 진정성 의심? 남한 정부는 '진정성' 있나"
이어 임 전 장관은 "이 정부는 남북이 20년 동안 지혜를 모아 만든 것들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것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며 "평화를 만들기는커녕 지키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가다서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어렵게 합의 이뤄서 실천해 나왔던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 정부의 발목을 잡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붕괴 임박론 입장에서 기다리게 하는 정책을 채택하게 했다"며 "(그러나) 북한 붕괴론은 잘못된 정보에 의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전부터 미국 정보기관과 한국 일부 세력은 북한 붕괴를 바라 왔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무조건적인 대화를 제의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임 전 장관은 "좋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남한 정부가 북한에 진정성이 있냐고 묻고 있지만, 그 말을 하는 자기 자신도 (대화를 향한) 진정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기다리는 전략'을 포기하고 대화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만일 계속 적대적 대결이 추진된다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할 것이고 한반도는 전쟁 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방법을 쓰든지 전쟁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하고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보만을 우선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임 전 장관은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화의 동반자가 될 북한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평화를 만들거냐, 보수 세력은 북한을 인정하지 않고 때려부셔야 하고 굴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지만 이런 노선을 유지하면서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태우 정부 때 수립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항은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는 북한 체제가 좋다, 나쁘다 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며, 세습 독재든 왕조든 상대방을 권력 실체로 인정하고 대화 상대로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세력이든 진보세력이든 남북기본합의서 1항을 읽어보고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언련 "조중동 및 KBS, 북한 보도 문제 심각"
토론자로 나선 정연우 민언련 대표는 "수구 언론이 대결과 증오심을 선동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은 남쪽은 선, 북쪽은 악이라는 이항대립구도 프레임을 형성하고 이 프레임에 맞추어 사실을 조합하고 날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외국에서는 무기상인들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르는데 조중동과 KBS와 같은 이들 언론은 전쟁을 부추기는 '전쟁의 언론상인'이다"라고 비꼬며 "보도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언론의 특징이지만, 그래도 '있는 사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데 이들의 대북 보도는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건마저 결여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또한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 행태를 지적하며 "이런 보도는 탈북자 등을 정보원으로 하는데, 정보의 신뢰성이 없음에도 이들 매체는 검증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하며 '양강도 탱크 배치,' '북한군 탈영병 속출,' '북한 고위층 호화주택 단지 70여곳,' '북한에 마약 만연' 등을 이런 보도의 사례로 꼽았다.
그는 천안함 사건을 예로 들며 "일부 언론은 진실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남쪽을 편드냐 북한을 편드냐로 나누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진실을 말해도 남쪽 정부를 편들지 않으면 종북주의로 낙인찍고 있다"며 '북한이 좋으면 북한 가서 살아라'는 식으로 '막말'하는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북쪽 정보가 뉴스가치와 상품성은 높은데 신뢰할 정보가 부족하다"며 오보에 대한 낮은 위험, 안보 상업주의, 보도하고 싶은 것만 보도하는 행태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박우정 민언련 이사장도 토론 전 인사말을 통해 "메이저신문이라는 조중동이 연평도 사태 이후 일전불사의 전쟁담론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한편으로는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정권이 대북 강경 드라이브로 선회할 때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동영 "북한 제안 적극 환영…설 전에 평양 가겠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민주당 남북평화특위 위원장인 정동영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북한이 오늘 무조건적 남북대화를 하자고 했는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고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라며 "이명박 정부 역시 무조건적이고 전면적인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 정 의원은 "설 명절 전에 남쪽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북한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든 진보든 대화하자 했는데, 이 정신에 입각해서 작지만 남북평화의 물꼬를 트는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8대 국회는 남북특위가 없는 기이한 국회"라며 지금이라도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같은 당 정범구 의원은 "햇볕정책이 퍼주기라고 폄훼하고 있는데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대북지원으로 나간 돈은 자장면 한 그릇 값"이라며 "무책임하고 무능한 수구세력이 상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진보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기업가, 장사꾼으로서 북한을 블루오션으로 본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왜 정주영 회장처럼 못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민주당 지지성향은 아니지만 북한 노동력을 쓰면서 남북 협력이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라며 이처럼 남북간 상호 의존성이 강화돼야 전쟁 위협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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