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은 5일 "하늘에서 죽은 새들이 쏟아져 내리고 강은 죽은 물고기들로 뒤덮였다"며 "마치 종말론을 다룬 싸구려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몇 개 주에서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세계의 종말이 오는가'(Apocalypse now?)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약 500마리의 새들이 죽은 상태로 하늘에서부터 땅에 떨어져 내렸다며 이같이 전했다. 새의 이름은 '붉은어깨찌르레기사촌'(red-winged blackbird)이며, 새떼들의 사체가 도시 근처의 고속도로에 여기저기 흩어져 으스스한 광경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인근 아칸소주 비브 마을 주변에서도 5000마리에 달하는 찌르레기떼가 죽은 상태로 떨어져내려 주민들을 기겁하게 했다. 심지어 한 여성은 자신의 개와 함께 산책을 하다 떨어져 내리는 새에 맞기도 했다.
이 마을로부터 100마일(160km)정도 떨어진 아칸소주의 한 강에서는 낚시꾼들과 지역 주민들이 물고기 떼가 갑자기 죽은 채로 떠오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전문가들은 떼죽음당한 물고기가 8~1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메릴랜드주의 한 해안에서는 수만 마리의 죽은 물고기가 해안을 뒤덮기도 했다.
▲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고속도로에 죽은 새의 사체가 여기저기 떨어져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AP=연합 |
미 정부의 당국자들은 이는 자연 현상에 의한 것으로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민심을 달랬다. 이들은 아칸소주의 죽은 물고기가 모두 같은 종(種)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전염성 질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당국자들은 메릴랜드주의 물고기 떼죽음은 강추위로 인한 수온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떼의 죽음은 좀 더 미스터리한 현상이다. 당국자들은 아칸소 주의 새떼의 사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루이지애나 주의 죽은 새들도 조사를 위해 사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은 새떼가 갑작스런 돌풍에 휘말렸거나 새해를 맞아 벌인 불꽃놀이에 놀라 갑자기 날아오르다 어딘가에 부딪혀 사망했을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류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비록 기괴해 보이기는 하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조류 보호 단체 '오듀본 소사이어티'의 활동가 그레그 버처는 "조류 떼죽음 현상은 먹이 부족과 폭풍, 질병, 살충제, 인공 구조물과의 충돌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이번에 벌어진 각각의 사건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독립적인 원인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 단체는 "이렇게 신문 헤드라인에 날 기괴한 사건보다는 조류 서식지 파괴나 기후 변화 등 눈에 보이지 않게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 파괴가 새들에게는 더 큰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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