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버클리 시의회의 '평화·정의 위원회'는 이라크전, 아프간전 기밀자료와 최근 25만 건에 달하는 미 국무부 전문(電文)을 유출한 매닝 일병에게 영웅 칭호를 부여하자는 결의안을 시의회에 상정했다.
위원회는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아파치 공격헬기 승무원들이 영국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 등 민간인 11명을 공격하고 웃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폭로한 것이 "전쟁 범죄"를 고발한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결의안에 담았다.
또한 "미군은 증거를 감추고 이러한 전쟁 범죄를 '정당한' 것으로 선언했으며 학살을 폭로한 것을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전쟁 범죄에 대한 내부고발(blowing the whistle)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버클리 시의회는 14일 결의안 채택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국 표결을 무기한 연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기밀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것이 미국에 대한 반역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브래들리 매닝 일병 ⓒ허핑턴포스트 |
미군 수사 당국은 매닝 일병이 이라크에 주둔할 당시 미 국방부 전산망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해 위키리크스에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구금하고 있다. 그러나 매닝 일병은 공식적으로 그가 정보 제공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의원들은 시의회가 지역 문제는 놔두고 위키리크스 관련 논란에 대해 토론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전 웬그라프 의원은 "이 주제는 내가 당선됐을 때 하려고 마음먹었던 일들과는 엄청난(huge)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인구 10만의 중소 도시인 버클리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의 중심지로 주목을 받은 이후 수차례 반전 결의안을 채택해 미국에서는 '반전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2006년 이라크전과 관련해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해병 모병관들을 '침입자'로 규정하고 시내 모병소 설치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도시는 전쟁과는 무관한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 1999년 리버티 대학 총장을 지낸 기독교 근본주의자 고(故) 제리 팔웰 목사가 아동 대상 TV시리즈 '텔레토비'의 캐릭터 중 하나인 '팅키 윙키'(Tinky Winky, 한국에서는 '보라돌이'로 알려짐)가 조그만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등의 행동으로 동성애를 연상시키고 있다며 비난하자 시의회는 "팅키 윙키여 영원하라"(Long live Tinky Winky)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