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오야마 카쿠인대 교수인 사카키바라는 1990년대 일본 대장성 외환정책 담당 관료 시절 강력한 엔화 방어 정책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도 '미스터 엔'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블룸버그>의 아시아 담당 칼럼니스트로 일본 경제에 특히 밝은 윌리엄 페섹은 "사카키바라 같은 배경을 가진 이코노미스트가 1870년대를 연상케하는 장기적인 구조적 침체를 경고한다면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세계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논의를 한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경제가 대광황급 장기침체로 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EPA=연합뉴스 |
그는 지난 7일 도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경제는 앞으로 길면 8년간이나 지속될 수 있는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카키바라는 "세계는 연 평균 1% 정도의 성장률을 지속했던 1870년대를 연상케 하는 장기적인 구조적 침체로 갈 것"이라면서 "경기침체는 앞으로 3~4년 지속되다가 여건에 따라서 7~8년으로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으로 가고 있으며, 일본은 내년 여름부터 더블딥 경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사카키바라가 언급한 1870년대 장기 경기침체는 1873~1879년 대공황을 가리킨다.현대 경제사에서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는 명칭이 붙은 장기침체는 1929년 대공황과 함께 1873년 대공황 두 개 뿐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의 양상은 1929년 대공황보다는 은행 부실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1873년 대공황과 훨씬 닮은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65개월간 연속 경기침체에 빠지기도 했는데, 이 기록은 1929년 대공황 당시 43개월 연속 경기침체를 능가하는 것이다.
페섹은 사카키바라의 진단의 핵심 근거는 "안정적인 성장 기반 회복에 앞서 세계 각국 정부들이 재정긴축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재정위기와 관련된 최근의 자료들을 보면 2011년 글로벌 경제는 다시 경기둔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카키바라가 옳다면,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난관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몇 년은 미국과 유럽의 성장 부진에도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 길어진다면 위태롭다.
문제는 부족한 수요를 충분히 살려낼 만한 수단들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여러 나라에서 공공부채가 한계에 이를 정도로 쌓여있고, 금리도 이미 제로 수준으로 낮춘지 오래됐다.
"미국도 국내 자본 끌어들어 국채 발행해야"
페섹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들이 지출을 늘려야할 필요가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국채 발행을 지속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5조 달러의 GDP 규모의 두 배가 넘는 10.8조 달러(6월 현재)의 국채를 안고 있지만,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3% 미만이다. 이 부채의 95%가 일본 국민 소유라는 점이 이처럼 저금리의 국채 발행이 가능하고, 자본 해외유출 위험이 없는 비결이다.
따라서 페섹은 미국도 성장 회복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되, 이미 시장에서 미국 재무부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본식으로 국내 자본을 끌어들이는 매각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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