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자 감세 연장' 오바마, 진보진영과 '절연' 분위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자 감세 연장' 오바마, 진보진영과 '절연' 분위기

민주당 하원 초유의 집단 반발…진보 논객들 "오바마는 사기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부자 감세' 연장에 합의한 뒤 지난 2008년 그를 지지했던 진보진영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오바마가 월가 개혁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건강보험 개혁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도 진보진영은 강도높은 비판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오바마에 대한 '절망감'을 넘어서 그를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들조차 9일(현지시간) 비공개 의원총회를 개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타협한 감세 연장안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하원 상정을 거부하기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 지난 7일 감세 연장 방안을 발표하는 오바마 대통령. 그러나 이 결정으로 오바마의 지지세력이 등을 돌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부자 감세 연장'은 민주당의 정체성 스스로 부정

'부자 감세 연장'은 선거 공약 위반이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결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집단으로 거부한 정권 출범 초유의 사태다.

진보진영은 더욱 격앙된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저명한 소비자운동가이자 지난 1996년부터 3차례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랠프 네이더는 "오바마는 사기꾼"이라면서 "부자 감세 연장을 허용한 이번 결정으로 오는 2012년 대선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동안 오바마는 진보진영이 자기에게 등을 돌리고 따로 갈 곳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제 우리는 (다음 번 선거에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오바마는 확고한 원칙이 없는 기회주의자이며, 클린턴처럼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일하는 자"라면서 "누군가는 오바마를 기질적으로 갈등을 회피하는 자라고 말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민주당원이자 진보진영의 저명한 논객 로버트 라이시(클린턴행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는 9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부자 감세' 연장에 동의한 오바마의 결정이 왜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배신인가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라이시에 따르면, 부자 감세는 지난 30년간 공화당이 줄기차게 주장한 '큰 정부 폐해론'의 핵심 논리인데, 오바마가 공화당의 논리을 인정해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중간선거 참패 이전만 해도 오바마 정부도 '부자 감세' 연장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라이시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재앙 초래"

라이시는 부자감세에 동의한 오바마의 타협은 나쁜 경제정책을 선택한 것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재앙을 초래할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왜 초래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공화당의 이데올로기적 논리를 강화하는 반면 민주당이 말해야할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정부가 많은 세금을 거둬 쓰는 것보다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서 더 많은 소비를 해야 경제가 잘 되고 그 덕분에 서민들의 소득도 늘어난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 논리가 얼마나 실제와 동떨어진 것인가 설명했다.

라이시에 따르면, 30년 전에는 미국의 전체 소득 중 9%가 상위 1%의 부자에게 갔다. 감세 논리가 득세한 30년이 지난 지금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소득 중 25%로 늘어난 반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의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처럼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방향으로 가면 소비가 감소해 경제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미국 경제의 소비 공백을 메운 것은 중산층들이 빚을 끌어쓰는 등 여러 방식으로 소비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

여자들도 일터로 나가서 돈을 벌어오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마침내 주택담보 대출 등에 의존한 '빚에 기반한 소비'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라이시는 "주택 거품이 붕괴되면서 이런 방식의 경제는 끝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진정한 해법은 서민들의 세금은 깎아주고 부자에 대한 세금을 늘려 정부가 공공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부자들이 정치적 권력도 세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문제는 큰 정부가 아니라, 부자들의 권력과 특권"이라면서 이들이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로 개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하원과 진보진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감세 연장 방안이 저지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 하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원에서는 거의 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결국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며 공화당과의 '초당적 정치'를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