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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북정책, '기다림'에서 '무대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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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북정책, '기다림'에서 '무대책'으로

[한반도 브리핑] 3년의 기다림, 결과는 북의 군사 도발

연평도 포격 사태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까지 치닫고 있다. 경기도 포격과 휴전선 도발, 후방 기습 침투 가능성까지 뉴스에 거론되면서 국민들은 '진짜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시골의 부모님들은 자식들 안부 걱정을 하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방공호와 대피처를 진지하게 묻는 상황이다. 북의 추가도발보다 전쟁 불사론과 '한판 붙자'식의 언론 보도, 여론 몰이가 오히려 우리의 전쟁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연평도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돌이키기 힘든 고비를 넘기고 말았다. 멀쩡한 대낮에 민간인을 포함해 우리 영토에 포격을 가한 북한의 불법과 무도는 남북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기엔 너무 많이 나가버린 것이다. 인내의 마지노선을 넘은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취한 입장 역시 북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북에 대한 기대를 애초부터 접는 한편 무력엔 무력으로 맞대응하면서 백배 천배의 응징으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군사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남과 북에서 대화와 협상, 화해와 협력, 교류와 접촉, 지원과 도움은 과거의 단어로 묻히고 말았다.

'남 탓'하는 안보무능의 대통령

지난달 29일 대통령의 '연평도 담화'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결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북의 무력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 외에 향후 긴장과 불안의 한반도를 평화와 안정의 한반도로 전환시킬 해법은 담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북의 도발에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는 바로 얼마 전 천안함 사태 이후 5.24 담화에서 똑같이 들었던 내용이다.

기습포격을 당한 실제 상황에는 확전 우려로 단호한 응징을 주저했던 대통령이다. K-9 자주포 중대가 교전수칙을 넘어선 응징과 제압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공군기와 해군력까지를 동원한 입체적인 합동전력 대응은 결국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결심해야 할 사안이다. 13분 만에 대응한 자주포 중대는 그 상황에서 불붙은 철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우리의 소극적 대응은 군의 잘못이 아니라 결심을 주저한 대통령의 잘못이다. 결국 일방적으로 당하고 그 책임을 군에 돌리는 것은 군을 보호하고 사기를 책임져야 할 통수권자의 태도가 아니다.

더욱이 연평도 사태를 전 정부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안보의식 해이를 탓하는 사람들은 정말 염치도 체면도 없는 이들이다. 포탄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 단호한 의지와 결심으로 정면 대응과 압도적 응징을 결심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대통령인데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햇볕정책의 포로가 되어 안보의식이 해이해졌단 말인가? 1999년 연평해전은 압도적 승리였고 2002년 서해교전은 북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시기엔 남북의 교전과 북한의 도발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연평도 사태가 햇볕정책 탓이라면, 예전에도 있었던 북의 해안포가 왜 공격하기 가장 용이한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 연평도를 무차별 폭격하지 않고 하필 안보를 강조하고 원칙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 와서 포문을 열고 공격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북의 도발 능력과 여건은 과거에도 지금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다만 과거 정부에는 북이 해안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차별 포격을 하지 않았고 지금은 천안함에 이어 영토에까지 포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 거부를 통해 북의 버릇을 고치고 핵문제를 해결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3년이 다 됐다. 현실은 지금 오히려 북한이 더욱 강경해져 최악의 도발을 자행하고 북핵문제는 통제불능으로 악화됐으며 단호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연평도 사태는 결국 이 정부의 무한 책임이자 안보 무능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영 할 말이 없으면 햇볕정책 시기에 북에 준 돈이 포탄이 되어 돌아왔다는 자극적인 선동을 하는데 이 역시 본말 전도와 사실 왜곡의 전형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기간에 북에 제공된 경제적 지원은 모두 현물이었다. 쌀과 비료 인프라 관련 지원은 모두 현물이었다. 현금으로 들어간 것은 금강산 관광 비용과 개성공단 임금 그리고 각종 교역 사업과 임가공 사업의 비용이다. 이는 정상적인 경제행위와 비즈니스로 인해 지불되는 대가이다.

남북 경협 사업에서 정상적 거래를 통해 주고받은 경제적 교환 행위의 결과를 핵개발과 포탄 비용으로 탓한다면, 이는 우리 대기업이 이란과의 교역과 사업을 통해 대규모 상거래를 한 탓에 이란이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고 있다고 탓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더구나 개성공단 임금은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도 계속 북에 들어가고 있고 각종 교역과 임가공 사업 대가 역시 5.24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북에 제공되었다. 잘못된 것은 무조건 햇볕 탓이고 자기 잘못은 돌이켜보지 않는 맹목적 햇볕비판론은 이처럼 사실관계마저 왜곡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남 탓'에 익숙한 색안경론의 전형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연평도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담화의 진정한 뜻

안보무능과 책임전가보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에 문제 해결의 해법과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북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안 주기'와 '안 만나기'로 일관하면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면 결국 북이 아파하고 굴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른바 '기다림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그 기다림의 전략마저도 용도폐기할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기다림의 전략을 통해 결코 북이 아파하지도 굴복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전략은 북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핵포기의 결단을 내릴 것을, 잘못된 행태를 버리고 변화할 것을 기대하는 정책이었다. 북의 그같은 변화를 이끌어낼 유용한 현실적 해법 없이 그저 무한정의 기다림에만 매달렸지만 그래도 북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기다림의 전략에는 그래도 북이 행여라도 마음을 바꿔 먹으면 그 때는 대규모의 지원과 협력을 제공하겠다는 태도가 있었다. 공염불이 되었지만 '비핵개방3000'이 그렇고 '그랜드 바겐'이 그랬다. 북이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이같은 대북 접근은 북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돌아온 탕자'처럼 껴안고 최대한의 지원과 혜택을 줄 것이라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담화는 이제 북의 도발 중단과 핵포기를 아예 기대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북에 대한 기대마저 접은 것이기에 당연히 북에 대한 지원과 대화와 협력은 이제 대통령의 인식 속에서는 필요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북의 변화를 이제는 기다리지도 기대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다림의 전략마저 포기한다면 그 다음 이명박 대통령은 북이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보유로 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북이 도발을 안 하고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조차 할 수 없다는 대통령의 담화는 그래서 북이 모험주의로 질주하고 핵개발로 내닫는 것을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는 무대책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을 전제한다면 앞으로 대북정책은 두 가지 선택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관계 확대를 통해 북을 변화시키려는 대북포용정책을 거부하고 이제 관계중단과 대북압박으로 북의 굴복을 기대했던 기다림의 전략마저 포기했다. 지금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은 그냥 북이 최악의 길로 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는 속수무책의 방관정책과, 그게 아니라면 북한 정권 타도를 천명하고 모든 국력을 거기에 집중하는 정권교체 정책 말고 아무 것도 없다.

물론 무력사용을 통한 북한 제거가 있지만 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그리고 선제적인 전쟁개시는 국제규범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담화에서 밝힌 단호한 대응도 북의 추가도발에 대한 사후적 조치로서 응징과 제압이지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전면전 불사가 아니라면 무력을 통해 잘못된 북한을 지구상에서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담화에 담겨진 대북인식, 즉 '북이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보유로 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는 전제라면 택할 수 있는 것은 수수방관과 정권교체일 뿐이다.

말뿐인 무대책

그런데 수수방관만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정책이 아닌 무정책에 다름 아닐 것이고 결국 대통령의 인식의 연장선은 기다림의 전략을 넘어 이제 김정일 정권교체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는 대통령의 대북 발언 은 그래서 정권교체의 속마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심지어 <조선일보>마저 6일자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이 정권교체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비판하고 도발 응징이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 담화의 가장 확실한 행간은 북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기다림마저 거부하고 이제는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힘을 쏟겠다는 김정일 정권 타도론의 의지이다. 그러나 이 역시 말만 요란할 뿐 아무 성과도 없는 수수방관의 무대책과 결과는 다를 게 별로 없다. 우선 유엔 회원국으로서 한국 정부가 유엔 가입국인 북한 정부 타도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청와대에서도 정권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라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속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지금 김정일 타도를 위해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말로 떠드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다. 지금껏 대북 강경과 기다림의 전략이면 북이 괴로워 할 것이고 결국 굴복할 것이라는 인식에 갇혀 3년을 허비하면서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긴장고조만을 결과했다.

또 정권교체론에 갇혀 대북 압박과 봉쇄를 하더라도 북중관계가 엄연하고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G2로 부상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정권 교체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바람대로 북한 내부의 변화가 정권교체를 가져오는 것도 희망적 기대일 뿐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결국은 정권교체론은 또 다시 말의 성찬에 머물고 그 말에 의해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긴장고조만을 심화시킬 뿐 처음부터 불가능한 무대책의 빈 말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항상 말만 앞서왔다. 말로는 단호한 응징을 외쳤지만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고 말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자신했지만 지금은 변화조차 기대할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제 정권교체에 나서겠다고 한들 이 역시 남북 적대감의 심화와 일촉즉발의 긴장고조 외에 아무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햇볕정책을 단죄하며 강경과 원칙이면 북이 굴복하고 변화하고 잘못을 고칠 것이라고 역설했지만 3년이 다 돼가는 지금 북은 아파하지도 굴복하지도 변화하지도 잘못을 고치지도 않고 오히려 남쪽에 대한 분노를 켜켜이 쌓아 군사적 도발을 결심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관리되고 개선되기는커녕 지금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이라는 '아킬레스건'까지 들고 나와 압박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제껏 평화롭고 협력적이었던 한반도와 동북아는 하루아침에 전쟁 상존의 한반도, 갈등과 대결의 동북아로 고착되고 있다. 도대체 말만 앞세우고 결과는 최악인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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