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적 외교전문가 존 페퍼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 공동소장은 17일 미국의 군비 삭감이 아시아에서는 한국·일본 등 동맹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의 아랍에미리트 파병과 무기 수출, 일본 평화헌법에 역행하는 정책을 수립하려는 일본 내의 움직임도 미국 헤게모니의 위기라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존 페퍼 소장은 이날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군비축소를 위한 국제워크숍'에 참석해 "만약 미국이 군비 삭감을 한다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등이 좀 더 많은 부담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페퍼 소장은 '우방국에 과도한 지원을 요구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정적자감축특별위원회가 지난 10일 1000억 달러의 군비 삭감을 제안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한국에는 마냥 좋은 소식만은 아닐 수도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페퍼 소장은 또 "(한국·일본 등에) 미국의 무기를 더 많이 수입하라는 압력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국방산업에서 정부 지원이 줄어든다면 미국의 군수업체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무기를 해외로 수출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페퍼 소장의 이런 분석은 이후 이어진 토론자들의 상황 인식과 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평화운동단체인 '피스 보트'(Peace Boat)의 가와사키 아키라 실행위원은 "일본 총리의 자문 격인 '새시대 국방력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일본이 전통적 개념인 '전수방위전략'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수방위란 일본의 육·해·공군 전력 보유 금지와 교전권 제한을 명문화한 평화헌법 9조에 기반한 것으로 일본의 무력은 국가 방어에만 집중할 뿐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가와사키 위원은 "(이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해외 파병 제한도 완화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한 "이 보고서는 경제적 이익과 기술 발전을 위해 무기를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본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한 올해 발간된 일본의 국방백서에 대해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 백서의 상당 부분이 천안함 사태에 할애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일본 국방백서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한국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신문을 보면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군사정책이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일관된 군사전략이 천안함을 계기로 공격화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확대해석, 한미동맹의 배타적 성격, 기여외교를 빙자한 해외 군사개입 확대, 북핵 폐기를 요구하면서 우리는 핵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이중성, 무기수출국가가 되었다는 등의 특성은 천안함 이전에나 이후에나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첨단무기 개발에 연연하지 말고 외국에서 들여오고, 재래식 무기는 싸고 성능 좋게 만들어서 많이 팔자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그런 무기란) 집속탄, 지뢰, 낮은 수준의 전차 같은 것"이라 말했다.
참여연대와 인하대 법학연구소 '평화와 법 센터'가 공동주최한 이번 워크숍은 '안보권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방안'이라는 주제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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