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빈국 외면 말자" 대통령의 말은 조건부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빈국 외면 말자" 대통령의 말은 조건부인가?

한국, 해외 원조 가장한 해외 사업

이명박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개발 의제를 제기하고 최빈국의 경제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해외 원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원조를 받은 나라에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거나 한국 대기업이 원조 사업의 이익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한국 구속성 원조의 현황과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구속성 원조'란 원조를 받은 나라가 그 돈으로 벌이는 사업의 입찰에 참여하거나 조달 및 물자 선정 과정에 특정 국가만이 참여하거나 조달처를 원조를 준 나라(공여국)로 한정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연대는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액수 중 비(非)구속성 원조 비율은 2008년 기준 평균 87.3%이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8%에 불과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DAC 자료를 제시하며 "한국의 원조 정책이 가야 할 길은 멀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원조를 받는 국가(수원국)의 주인의식을 강화하고 원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구속성 원칙을 채택하고 있고 이를 공여국의 원조 정책 지침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해 왔다. 2005년 2월의 '원조 효과 제고를 위한 파리선언'(파리선언) 등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DAC에 가입하기 전인 지난 2007년까지는 유상원조나 무상원조에서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이 20%대로, 80~90%대인 DAC 회원국들에 비해 크게 낮았다. 특히 최빈국들에 대한 비구속성 원조 비율은 DAC 회원국 평균 98.1%로 거의 100%에 가까운 반면 한국은 19.9%로 전체 원조 중 비구속성 원조 비율보다 오히려 낮았다.

참여연대는 또 한국 대외 원조의 문제 중 하나로 원조받은 돈으로 벌이는 사업을 국내 대기업이 수주받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꼽았다.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최근 10년간 진행한 사업 수주 내역을 살펴본 결과 70개 업체가 참여한 전체 105개의 사업 중 61건의 사업을 사업체결 실적 기준 상위 10개 업체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수의 58%, 전체 금액의 70%에 가깝다. 계열사별로 묶어보면 삼성, LG, 현대, 대우 등 국내 4대 기업이 EDCF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수주금액의 59.27%다.

수주 실적 1위인 삼성물산의 경우 컨소시엄을 포함해 24건(22.85%), 금액 기준 23.49%를 수주받았다. 이는 2위부터 5위까지의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GS건설, 경남기업의 수주 건수와 금액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사업이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중소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원조 사업 개발 과정에서 구속성 원조가 고착화되는 문제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수원국의 필요나 개발 계획 등을 반영하지 않고 국내 기업의 이윤 추구 및 경쟁력 강화 논리에 의한 타당성 조사 및 사업선정·실시는 파리선언에 명시된 '원조의 일치'(alignment) 원칙에 반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ODA 정책위원회의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대외과시용으로 개발 의제를 나열하면서 의제를 선도하고 있다고 나설 형편이 못 된다"며 "구속성 원조 중심의 원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빈곤국에 대한 비구속성 원조부터 대폭 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정책 대안으로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을 실질적으로 높일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이 국제 원조 사업에 원활하게 참여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원조 사업의 통합운영 체제를 마련해 비구속화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국제원조사회에 성실히 보고해야 한다는 것 등을 제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