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화 문화주의 기업 문화-영국 정부와 예술 정책>(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의 저자 김정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는 영국 예술, 특히 미술이 어떤 정책적 목적에 의해 영향을 받아 왔는지에 주목했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대영박물관이 세워졌던 18세기부터 국가가 예술에 관여하고 그것을 경제적으로 보조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강하게 형성돼 있었다. 1835년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멜버른 경은 "신은 미술에 참견하는 정부를 돕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문명화 문화주의 기업 문화-영국 정부와 예술 정책>(김정희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대처 이전에는 정부가 "복지국가 설립이라는 이상에 따라 산업과 공공 서비스 분야의 국영화를 진행하면서 그것과 동일한 차원에서 교육과 문화 분야도 경제적으로 지원했"지만 이후에는 "공공 기관의 민영화 원칙에 따라 국·공립 예술 기관들에게 민간 부문으로부터 기금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면서 예술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크게 감축시켰다"는 것이다.
부동산 등 사회 전 분야로부터 예술 분야에까지 몰아친 대처의 탈국영화 정책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의 상업화, 미술의 상품화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철학인 '기업 문화 정신'에 따라 예술계엔 기업 스폰서십, 슈퍼 컬렉터 등 새로운 혈통의 후원자들은 물론 새로운 타입의 전시장이 등장하게 됐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미술가들 그룹과 그들의 '작품' 역시 대처의 정치적 신념에 영향을 받았다.
저자는 이러한 신자유주의형 상업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런던에서 '세상에서 구하지 못할 책은 없을 것처럼 주문하는 대로 다 가져다주는 국립도서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한 클래식 음악회, 국립박물관 상설전의 무료 입장'을 즐길 수 있었으며,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연구의 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대처 이후의 전폭적인 변화에도 영국은 나름의 방법으로 예술에 대한 보조 의무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대영박물관이 만들어질 때부터의 목표,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영국의 1980년대의 여러 정책들, 도시의 변모 방식 등이 우리나라의 2009년의 그것들과 너무 닮아 두 시대를 동시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는 저자의 말이 보여주듯 이 책이 수행한 연구는 현재의 우리를 향하고 있다. '기업 문화 정신'의 만연과 더불어 정부의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으로 여전히 예술을 우리와 먼, 배 부른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무엇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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