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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美 중간선거, 민주당 참패하면 경제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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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美 중간선거, 민주당 참패하면 경제도 암울"

"도덕적 공격은 자승자박의 결과 초래할 것"

11월 2일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몰라도 하원의 경우는 다수당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는 결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상당한 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궁지에 몰리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지난 2년간 오바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엉망"이라는 공화당의 정치공세가 주효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이 여러 가지로 미흡하다는 비판은 진보진영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와 민주당이 정치적 공세에 시달릴 빌미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미국의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되느냐다.

▲ 111월 2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열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막바지 유세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와 관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진보의 양심'이라고 자부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경우 유권자들은 '교각살우'의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정책이 미흡하다고 해서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면, 미국의 경제 자체가 더욱 망가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Mugged by the Moralizers(도덕적 공격)'이라는 칼럼을 통해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의 '도덕적 공격'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부채거품 붕괴는 도덕적 처방으로 해결 안돼"

크루그먼이 말하는 도덕적 공격은 "빚은 나쁜 것이며, 채무자는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앞으로는 우리 모두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의 유명 앵커 릭 산텔리는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능력도 없는 이웃을 위해 왜 우리가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발언으로 공화당의 정치노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티파티' 운동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도덕적 공격이야말로 오늘날 미국의 경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침체에 빠진 이유"라고 비판했다.

칼럼에 따르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진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이번 금융위기는 지속불가능한 부채거품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붕괴한 것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그런 부채의 일부일 뿐이다.

예를 들어 미국뿐 아니라 스페인, 아일랜드, 라트비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빚어진 부동산 투기도 거대한 부채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어느 한쪽에서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은 다른 쪽에서 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경제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부채거품이 꺼지게 되자 채무자는 빚을 갚기 위해 갑자기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그 규모가 크다보니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이후 경제회복은 매우 미약하고 경제전망도 불확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부채 규모로 볼 때 이것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부채와 자산이 같은 개념인 것처럼, 전세계적인 지출과 소득도 같은 개념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서 지출을 줄어들면 다른 쪽에서 지출이 늘어나주지 않으면, 소득이 줄게 되어 있다.

문제는 부채거품이 꺼진 뒤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채가 별로 없는 민간 부문조차 이런 상황에서 지출을 늘릴 이유를 찾기 어렵다.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이때문이다. 가뜩이나 시설과잉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빚이 별로 많지 않는 소비자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을 받아 소비에 나설 수도 있겠지만, 고용안정성이 흔들리는 마당에 이들도 지출을 꺼리게 된다. 이처럼 민간부문에서는 누구도 부채 문제로 초래된 지출 감소를 채우려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적극적인 정부지출 없으면, 실업사태 지속 불가피"

크루그먼 교수가 보기에,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대응책은 자명하다. 정부가 지출에 나서야 하며,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각종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면 공화당의 정치공세는 정반대다. 재정적자를 늘리는 지출은 부채 문제를 부채로 해결하자는 발상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채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는 "벌을 받아도 시원찮을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격"이라고 비난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들의 정치공세가 승리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조차 자기 정책의 논리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아이러니한 것은, 자격 없는 사람에게 벌을 주겠다고 결심한 유권자들은 심각한 실업사태를 지속시킴으로써 스스로를 벌주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웃들을 괴롭히기 위해 자신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그들은 이런 점을 모르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경기침체는 계속 될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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