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이 '일본이 중국의 속국이 된 게 어제오늘 일이냐'고 투덜거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중국의 과격한 반일시위를 자세히 전하고 있는 일본 미디어도 감정적인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시위의 배경에 있는 중국 내부의 요인, 특히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내륙지역의 경제난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애국교육세대(80년대 이후 출생)의 불만이 '반일'과 만나면서(혹은 유도되면서) 화학작용을 일으킨 것이라는 것이다.
▲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이 X표가 그려진 일장기를 들고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이유는 명확하다. 일본과 중국의 대립관계를 부각시켜 중국인들의 내셔널리즘(민족/국가주의)을 자극해서 일본이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9월 이후 일본항공(JAL)과 전일본항공(ANA)의 중국발 항공기 예약취소가 1만1천명에 이른다는 일본의 관광산업에 불어닥친 심각한 타격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실제 후지산 관광업계의 한 예를 보자. 후지산 5호수 중 하나인 가와구치코(河口湖)에 있는 토미노코(富ノ湖)호텔. 후지산과 후지산 5호수 관광으로 유명한 이곳은 투숙객의 4할을 중국인이 차지해왔는데 지난 9월 이후 예약 취소만 3000명으로, 그 수가 작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일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의 거리에서 일본산 자동차가 불에 타고 일식당과 상점이 쑥대밭이 되어도 중국으로부터의 실리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일본의 현실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아키하라바 전자상가를 가득 채우는 것도, 전국의 온천여관을 먹여 살리는 것도 중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3박4일에 100만 엔(한화 1400여만 원)씩 하는 의료투어 같은 상품은, 중국 중산층이 아니었다면 애초부터 생겨날 수조차 없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엔고(엔화가치상승)가 이어져 외국인 입국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말하자면 레어어스(희토류)나 다름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하네다공항의 새로운 국제선터미널이 21일 개장했다. 1978년 이후 지켜온 나리타국제공항과의 역할분담 원칙 속에서 서울, 베이징 등 4개 도시 셔틀편 운행을 제외하고는 주로 국내선에 주력해오던 하네다공항이 이번에 활주로를 4개로 늘리고 해외 17개 도시로 그 노선을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거는 일본 정부의 기대는 크다. 국토교통성이 내놓은 수치에 따르면 연간 외국인방문자수 219만 명 증가, 출국자수 387만 명 증가, 그리고 경제효과 1조5000억 엔을 기대한다고 한다. 더 많은 '돈, 사람, 물류'의 유입을 통해 인천공항에 내준 아시아 대표 허브공항의 타이틀을 되찾고 나아가 지나 20여 년간 지속되 온 장기 불황을 타개할 기폭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천공항을 따라잡기에는 나리타공항과의 경쟁과 이원화에 따른 이동거리, 나리타공항의 5분의 1에 불과한 터미널의 규모, 연간 6만 회에 불과한 국제선 발착수의 제약 등 그 한계가 너무나도 뚜렷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간사이 공항(19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중국노선(3개)의 증설과 LCC(저가항공)의 유치 등 산적한 과제들도 무시할 수 없다.
즉, 하네다공항의 성패는 '사람'에 달렸다. 이동거리도, 규모도, 발착수도 결국은 얼마나 많은 이용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게 있어 중국과의 마찰로 인한 요즘의 상황은 그래서 더 쓰리고 아프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국들과의 영토, 역사 문제 등이 여전히 미해결된 채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와 유사한 일들은 언제든지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기대와 고민이 겹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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