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언론을 초청해 보도를 주선하면서 '김정은 후계 체제'를 대외적으로도 적극 알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 <조선중앙TV>와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이날 예고 없이 오전 9시 30분경부터 11시 18분까지 1시간 48분 동안 열병 준비 상황과 부대 행진을 이어서 중계했다.
북한의 매체가 주요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한 것은 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2009년 6월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 올해 6월 남아공월드컵 본선 포르투갈전 세 차례뿐이고, 세 차례 모두 TV로만 중계됐다. 당 창건 기념일에 실시되는 열병식은 영상 내용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 김정은이 9일 '아리랑'을 관람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북한에 비판적 기자에도 비자 발급
외신들에 보도 편의를 제공한 것도 주목된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 인터넷판은 북한이 지난주 초 미국 언론사들에 초청장을 보냈고, 다른 해외 언론들도 취재를 신청할 경우 비자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9일 해외 언론인 80명가량이 평양에 들어오자 인터넷 회선이 깔린 프레스센터까지 마련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북한 당국이 외국 기자들에게 경호원을 붙여 사진과 영상 촬영을 엄격히 통제했다면서도, 자사 기자가 공항에서 평양 시내까지 이동하는 동안 촬영한 사진을 기사와 함께 실었다.
미국의 <AP> 통신은 이번 행사에 관한 기사에서 이준희 서울지국장과 사진기자가 북한에 초청받았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이날 <조선중앙TV>의 열병식 생중계 영상을 방송하면서, 김일성광장에 나가 있는 자사 기자를 연결하기도 했다.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도 열병식 장면을 동영상으로 내보냈다.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따르면, 베이징에 주재하는 외신 기자들에게 북한이 언론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8일부터였다. 이에 수십 명의 외신기자들은 이날 오후 늦게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 몰려갔다. 대사관은 다음날인 9일 오전 9시까지 비자를 받아 당일 오후 1시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라고 기자들을 안내했다.
비자는 제때에 나왔으며, 과거 북한에 비판적인 기사를 써 북한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기자들에게도 비자가 발급됐다. 고려항공편으로 9일 평양에 도착한 취재진 중 <CBS>와 <ABC>, <BBC> 등 대형 언론사의 기자들은 방북 직후 집단체조 '아리랑'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 관리들을 동행하고 재빨리 떠났다.
그러나 수행원이 붙지 않은 수십 명의 기자들은 공항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 평양 시내 고려호텔로 출발했는데, 호텔에는 이들을 위한 임시 프레스센터가 마련돼 있었고 인터넷도 간간이 연결됐다. 일부 기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주석단에서 바로 옆에 서 있는 아들 김정은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
김정일 부자, '아리랑' 관람으로 첫 공식 석상 출연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은 이날 아버지와 함께 주석단에 올라 처음으로 군부대의 열병 신고를 받았다. 이들은 이날 10시께 주석단에 올라 열병 검열 상황을 잠시 지켜봤고 10시 13분경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열병 신고'를 했다.
주석단에는 정중앙의 김 위원장 우측(김 위원장 기준)에 리영호(군 총참모장), 김정은(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인민부력부장), 리을설(인민군 원수), 리용무(국방위 부위원장), 주상성(인민보안부장) 순서로 도열했다. 김정일의 좌측에는 중국 축하사절단장인 저우융캉(周永康)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위원장), 최영림(내각 총리), 김철만(전 정치국 후보위원), 김경희(당 정치국 위원)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열병식에는 저우 상무위원 외에도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류제이(劉結一) 부부장,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당서기 등이 중국 측 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또한 북한 주재 외국 대사들과 국제기구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10시 2분께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부대들과 조선인민내무군,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열병식이 10일 10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시작돼 성대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영호 총참모장이 김 위원장에게 열병 보고를 한 뒤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등 조선인민군 산하의 각급 군사학교가 처음 열병을 시작했다다. 이어 근위 강건제2보병사단, 근위 제2해군전대 등 육·해·공군 부대, 조선인민내무군,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혁명학원 등이 순서대로 뒤를 따랐다. 행사에는 또 미사일 탑재 차량, 다연장포 탑재 차량, 탱크, 장갑차 등도 등장했다.
앞서 김정은은 9일 김 위원장 및 북한을 방문 중인 중국 사절단과 함께 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함으로써 지난달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지명된 후 처음으로 대중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영상은 외신들에 의해 전세계로 송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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