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 8월 중순 개성에서 비밀 접촉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복수의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서울발로 보도했다.
신문은 이 접촉에 한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북한 권력의 실질적인 2인자이며 김정은 후계 체제 수립의 책임자다.
한국은 이 접촉에서 천안함 사건 사죄와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북측에 요구했고, 북한 측은 '햇볕정책'으로의 복귀를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양측의 요구와 관련된 급격한 진전은 없었지만 이 접촉 후 대한적십자사가 8월 31일 북한의 수해 지원을 제안했고, 북측은 이달 4일 남측에 처음으로 쌀 지원을 요청했으며, 7일에는 나포됐던 대승호 선원을 돌려보냈고, 10일에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비밀 접촉의 배경으로 신문은 임기 후반에 들어선 이명박 정권이 정치적인 실적을 원하고 있고,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 최근 남북 대화의 진전에 따라 북미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번 접촉이 6자회담 재개로까지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같은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소설 같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작년 말에도 남·북이 개성에서 접촉했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부인했었지만 이후 사실로 밝혀졌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이번 <아사히> 보도도 심상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작년 이어 또 제기돼
한편,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해 온 것과 관련해 정부는 상봉의 정례화를 제의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산가족 상봉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다"며 "북측이 최근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간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를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 수해 지원과 이산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자는 통지문을 주초에 보낼 예정이다.
상봉 정례화는 작년 9월 이산가족 상봉 때에도 남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러나 상봉을 정례화하기 위해서는 쌀·비료 등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북 지원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지금처럼 소극적이고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례화를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 당국자는 대한적십자사 차원의 대북 수해 지원과 관련해 "당초 한적이 지원키로 했던 긴급식량과 생필품, 의약품 등 긴급 구호품과 북측이 요구한 품목 가운데 쌀(국내산)과 시멘트 등이 일정량 지원될 것"이라면서도 "중장비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측이 최근 쌀·중장비·시멘트를 지원해 달라고 하면서 이산가족 상봉까지 제안한 데 대해 "정부가 일관된 대북정책을 유지해온 데 대한 북측의 반응으로 본다"며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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