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는 이란과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한 한국의 이란 제재안에 대해 "국내법과 국제법적인 근거가 없는 월권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9일 논평을 내고 "정부의 이란 제재안은 외국환거래법 등의 규제 범위를 벗어나 있으며, 법적 근거 없이 국내 금융기관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넘어서는 한국의 독자 제재는 (이란에 대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이란 은행의 국내 신규 지점 개설 금지 등의 조항과 이란의 석유·가스 부문 신규 투자 금지 조항 등은 초법적 조치이며, △국제 평화나 안보상의 이유로 외국환 거래를 제한하는 근거인 '공중협박자금조달 금지법'이 있지만 한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제재 대상엔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의적인 제재 대상 지정은 위법"
공중협박자금조달 금지법(공중 등 협박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은 나라나 기관 간 금융 거래를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참여연대는 2007년 이 법안의 기초가 된 법률안(테러자금 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매우 중요한 합의 두 가지가 있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금융 거래 규제를 자의적으로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요건을 엄격히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최종 상정된 법안은 우방국의 요청이나 한국 정부만의 자체적 정보에 기초해서는 제재 대상을 지정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었다.
그러나 정부는 9일 유엔 안보리가 지정한 제재 대상 숫자를 훨씬 뛰어 넘는 102개의 단체, 24명의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바로 이 점을 놓고 "이는 한국 정부가 자체 정보에 기초해 지정한 것이므로 국회가 합의한 입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당시(2007년) 논의 과정에서 '우방국의 요청'이라는 초안이 국회 토론 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제재 대상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면 미국이라는 개별 국가가 자신의 국내법 혹은 대통령령으로 지정해 한국정부에 요청해 온 명단임이 틀림없다"며 그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또 "이란 제재는 한국 금융 기관과 한국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도) 제재하는 일"이며 "국회의 입법 권한을 침해하는 행정부의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란 정부가 제재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한다 해도 국제법이나 협약, 유엔과 국제사회에 의해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며 정부에 제재안 집행 중단을, 국회에는 정부의 월권 여부에 대한 검토를 각각 촉구했다.
평통사 "이란 제재, 미국 몰입외교의 후과"
한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이날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란 제재 조치가 "국제법적 근거도, 객관 타당한 근거도 없다"면서 "(한국은) 이란의 경제적 보복 조치와 이에 따른 국익 훼손 및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평통사는 "이번 이란 제재 결정은 대북 적대정책과 미국 몰입외교가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국제화하고 정치화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결의안을 추진하려다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의 강압이라는 철퇴를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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