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중인 미 국적의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 석방을 위해 25일 오후 평양에 도착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와 그 일행이 25일 평양에 도착했으며 비행장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맞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이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담화를 나누고 만찬을 함께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북한의 의전관례상 북한의 북한을 방문한 외국의 고위 인사가 명목상 국가원수를 만난 뒤 같은 날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한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날 중으로 카터 전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 지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26일 오전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며, 카터 전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방북일정(1박2일)에 따라 26일 중으로 곰즈씨를 대동하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대통령은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방북 경로를 따라 이날 오전 미국 본토에서 민항기를 타고 출발해 일본 북서부의 미 공군기지에서 중간 급유를 한 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에는 부인 로절린 여사와 카터센터 대표 겸 최고경영자인 존 할드만 박사 등이 동행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나 메시지는 휴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목적이 곰즈씨 신병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곰즈 씨가 석방돼 신병이 안전하게 확보될 때까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공식발표 전까지는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어떤 사항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카터 전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곰즈씨 석방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개인방문 형식이지만 전직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북.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카터 전대통령은 제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6월 북한을 개인자격으로 방문, 당시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회담해 북.미협상의 물꼬를 틀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북을 통해 북.미관계와 북핵문제의 교착국면을 타개하는 역할을 할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카터 전대통령에게 6자회담 재개나 북.미 관계정상화와 관련해 모종의 '중대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북.미관계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방북도 단순히 곰즈씨 석방 차원을 넘어 북.미관계의 교착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26일 서울을 시작으로 6자회담 관련국 순방에 나설 예정이어서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 대표는 26일 오후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6자회담 '비공식 회담' 또는 '예비회담'을 골자로 하는 3단계 중재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 조치 재개 ▲ 강제추방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입장이 다소 유연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곰즈씨는 지난 4월 재판에 회부돼 8년 노동교화형과 7천만원(북한 원화기준) 벌금형을 받았으며, 미국 국무부는 이달 9∼11일 곰즈씨 석방을 위해 영사 담당 관리와 의료진을 극비리에 평양에 보냈지만 북측은 석방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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