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초 국무부 고위급 인사를 중심으로 대북정책 평가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 평가 회의 소집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장관이 최근 외부전문가도 초청한 가운데 북한 정책 관련 회의를 가졌다"고 확인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의 의견도 들었고, 현재 우리의 정책을 설명하기도 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직접 국무부내에서 북한관련 정책회의를 주재한 것도 드문 일인데다, 시기적으로 북핵 문제를 비롯해 북한 현안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북한 정책 회의 준비를 앤메리 슬로터 국무부 정책실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책실이 회의를 주도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국무부내 북한 정책은 커트 캠벨 차관보가 이끄는 동아시아태평양국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 김 6자회담 특사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전문가 라인, 제재 파트로는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제재 조정관팀이 줄곧 이끌어왔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을 중심으로 이들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대북정책의 뼈대를 짜고 집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슬로터 실장이 이끄는 정책실은 통상 큰 그림의 장기적 외교정책을 기획.입안하는 부서로 북한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 파트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북한 정책에 좌절감을 느낀 클린턴 장관이 이달초 슬로터 실장에게 고위급 회의를 소집하도록 지시했고, `신선한 대안들(fresh options)'을 점검해보도록 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기존에 북한 정책을 주도했던 라인의 `틀에 박힌' 정책 보고외에 슬로터 실장이 주도해 신선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보라는 게 클린턴 장관의 주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뭔가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슬로터 실장이 이끄는 정책그룹에서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정책들을 항상 평가하며, 특정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과거에 검토되지 않았던 다른 대안들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클린턴 장관이 정책실이 주도해서 대안을 마련해보라고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우리로 치면 주무부서인 외교부 북미국이나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아니라 외교정책실에 북한정책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직접적인 관여(engagement) 정책은 피하고 대북 압력.제재와 동맹국과의 조율을 중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아직은 큰 틀에서 변함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클린턴이 주재한 이 북한정책 평가회의의 내용과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기적으로 이 회의 이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향후 국무부 대북정책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무부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상관없이, 카터 전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워싱턴 정책그룹내에 대북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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