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수 월간지 <문예춘추>는 9월호 기사 '이명박, 후텐마 기지 한국 이설 극비제안'(李明博が「普天間韓國移設」を極秘提案)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후텐마 기지 문제가 미일동맹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졌을 경우 기지의 이전처에 대해서는 한국 내의 군 시설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문예춘추>는 "한미 정상회담이 실시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묵고 있는 컨벤션센터에 인접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이며 이 호텔에 초대된 사람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이명박 대통령 3명이었다"고 전했다.
잡지는 또 "후텐마 한국 이설은 실현성이 낮지만 이대로 일본의 정치가 혼미 상태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코너스톤(일본)과 린치핀(한국)의 위치가 바뀌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논평했다.
▲ 6월 26일 토론토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장면 ⓒ청와대 |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강력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19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정상회담에 동석했던 백악관 보좌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기사를 작성한) 오오끼 도시미치(大城俊道) 기자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전 보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한 핵폭탄급 발언"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은 "이 충격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며 "이것은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이라면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낸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도 "후텐마 미군 기지의 한국 이전을 제안한 것은 아시아 평화의 중대한 문제"라며 "한미, 한일,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자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그 기사를 보면 청와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문예춘추가) 취재를 하니까 '립서비스였다'며 우리 대통령의 발언을 희화화시키는 발언을 했다"며 청와대 참모진의 자질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미애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이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에 추가로 기지 하나를 보태는 문제로 가볍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미중간 군사 대결이 벌어져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할 때 한반도가 희생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지를 공여할 수 있다는 것은 한반도를 화약고로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후텐마 기지 문제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동북아 외교에 관한 매우 중대한 문제로써 동북아 균형외교와 안보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많은 지적이 있었다"며 "외통위와 국방위에서 관련 대책팀을 꾸려 향후 대책을 계속 강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응할 가치도 없는 완벽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박정하 춘추관장은 "캐나다에서는 한미정상간 개별 또는 비공식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전제부터 잘못된 기사"라며 "당시 상황을 확인해 본 결과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한미 정상간 별도의 단독이나 비공식회담이 없었고 확대 정상회담만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반 년 넘게 갈등하다가 양국의 당초 합의를 사실상 그대로 따르기로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양국은 지난 5월 28일 미일 공동성명을 통해 그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렇게 볼 때 미일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후텐마 기지 관련 제안을 새롭게 했다는 보도는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법적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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