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발표한 한국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 대해 북한이 실망감을 표시했다.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대사는 13일 평양에서 가진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에는 사죄해야 할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아 모든 조선 인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송일호 대사는 특히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는 우리나라(북한)를 포함해 일본의 침략을 받은 아시아 모든 국가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남조선(한국)만 대상으로 삼았다"며 "무라야마 담화보다 후퇴한 내용"이라고 혹평했다.
송 대사는 "이번 담화는 모순에 빠진 이명박 정권에 힘을 빌려주기 위한 목적에서 낸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식민 지배를) 성실하게 반성하고, 하루라도 빨리 과거 청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 총리의 담화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송 대사는 간 총리 내각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보다 민주당이 집권한 일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설득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그는 "민주당 정권은 새로운 (대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자민당 시대의 갖가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관계 개선의 제1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를 재조사하기로 한) 2008년 8월 중국 선양(瀋陽) 합의는 자민당 정권이 파탄 낸 만큼 새로운 각도에서 출발해야 하고, 납치 문제에서 의문점이 있더라도 관계 개선 과정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정부가 조총련계 조선학교를 고교 교육 무상화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해 "미국은 지금까지도 제재를 해왔고, (추가 제재를 해도) 우리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6자회담은 평등한 입장에서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과거 한반도 전역을 식민 지배했지만 간 총리가 지난 10일 발표한 담화에는 '한국'과 '한국민'만 거론됐을 뿐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담화에 대해서도 일본 내부의 반발이 있는데 납치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북한까지 언급한다면 반발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한 간 총리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사죄나 사후 조치는 결국 향후 북한에도 전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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