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를 담은 총리 담화를 8월 15일 즈음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담화의 내용이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5일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체결 100년을 계기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을 결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담화를 발표할 방침을 굳혔다"면서 "한국이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것을 경축하는 8월 15일 '광복절' 전에 공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간 총리는 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은 아주 중요한 이웃 국가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 강화는 양국에 매우 유익하다"며 "일한관계가 양호한 가운데, (한일 강제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에 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도 이날 총리 담화에 대해 "일한 병합(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단계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야 할 때다"라고 언급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간 총리의 담화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고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에 기초를 둘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인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발표한 것으로 "식민 지배와 침략에 의해 아시아 여러나라 국민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면서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에 대해 "자민당 정권을 포함한 역대 정권의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밝혀온 만큼 무라야마 담화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경우 (국내적)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日, 담화 발표 앞두고 복잡한 '계산'
그러나 이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민주당 내 보수 계열 의원들은 (담화 발표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고 있다"며 "내각 내에서도 한국만을 향한 담화 발표에 대해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의 균형이 결여됐다'고 보는 신중한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간 총리는 담화를 각의(내각회의) 결정이 필요한 담화로 할지, 각의의 결정이 필요 없는 '총리 코멘트' 수준의 담화로 할지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 내에는 담화 발표로 인해 전후 보상 문제가 불거질까봐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외무성 내에 "(이번 담화로 인해) '사죄 이전에 보상 문제의 해결'이라는 한국의 기대를 자극하고,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북일 국교 정상화 교섭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면서 한국의 전후 보상 문제는 1965년의 한일 기본조약에 따라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이 신문은 또 "강제병합 조약 체결일인 22일이나 그것이 공시된 29일이 아닌 8월 15일에 담화를 발표한다는 것도 보상 문제와 관련된 논의를 분리하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수 성향인 <산케이신문>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신문은 "무라야마 담화는 (당시) 사회당 당수였던 무라야마 총리의 사상과 신조가 짙게 반영된 것으로서 역사 문제에 대한 세밀한 사실 검증 없이 발표됐다"며 "외교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무라야마 담화를 기초로 새로운 사죄 담화를 발표하는 데에 여당 내에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 담화가 천안함 사건을 언급함으로써 한국에 배려를 표명하고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강조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미래 지향적인 자세를 강조하는 목적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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