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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대북 제재에 북·중 국경선 크기만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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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대북 제재에 북·중 국경선 크기만한 '구멍'

양국 경제기술협력 협정…中 업체, 남북 교역 공백 발빠르게 차지

중국이 최근 북한과 경제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조만간 시행한다고 밝힌 추가 대북 제재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중국은 오히려 북한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박의춘 외상과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지난달 2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을 갖고 경제·무역 확대를 위한 협력을 구체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2일 보도했다.

통신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이 북한과의 무역과 경제 협력을 중단하고 미국도 추가 제재를 시행하려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에 접근함으로써 대중 경제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진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이용남 무역부장과 류훙차이(劉洪才) 주 북한 중국 대사는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경제기술협력 협정에 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협정의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하노이 북·중 외교장관 회담과 마찬가지로 지난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당시 양국 수뇌부의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추정된다고 <지지통신>은 덧붙였다.

▲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자유토론에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조치가 나온 지난 5월 24일 이후 중단된 남북 경제 협력의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메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천안함 후속 조치 이후 남측의 대북 위탁가공 업체들이 원·부자재를 북한으로 반출하지 못하게 되자 중국으로부터 제품을 주문 받아 공장을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통일부가 천안함 대북 조치 이전에 계약한 대북 원·부자재에 한해 반출을 허용하자 대북 위탁가공 업체들이 북측에 연락을 했으나 북측은 이미 중국 업체와 계약을 했으며 중국 주문량을 먼저 생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의 공장 관계자들은 남북교역 중단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최근 중국의 접경지역인 단둥(丹東) 등지에서 계약을 많이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조치에 따른 남북교역 중단으로 인해 북한은 위탁가공료를 많이 주는 남측 대신 중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이득을 챙기고 한국은 위탁가공 업체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이렇듯 중국 때문에 한국 정부가의 대북 조치가 북한에 별다른 타격을 안겨주지 못하거니와 미국 단독으로 시행을 앞둔 제재마저 애초에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대북 조치의 효과가 없지는 않다"면서 "북한이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게 하는'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조치가 오히려 북·중 경제 협력을 강화시켰다는 얘기다.

정 전 장관은 또 "미국은 단독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중국이 생각하는 '책임'은 미국과 다르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의 안정을 원하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을 고립무원 상태로 만들지 않는 것이 자국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중 경제 협정 체결 역시 "이미 예고된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북·중 양쪽의 사전 대비책"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앞서 양국이 먼저 '돈이 오가는' 약속을 맺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명분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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