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생산기지에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중국에서 새로이 증가하는 소비규모는 같은 기간 미국에서 일어날 새로운 소비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충분히 가능한 예측이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의 사치품과 명품 소비시장이기도 하다. 세계사치품협회에 따르면 2009년 중국이 전 세계 사치품 소비의 29.5%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명품시장 규모도 2009년 50억 달러에서 2014년에는 현재의 3배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내에서 소비 대중화와 동시에 주력 소비층이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의 모터쇼 장면 ⓒ프레시안 |
중국은 이미 대중 소비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는 3,680달러로 추정된다. 국민소득 수준이 이미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는 출발점에 서있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이미 1만 달러를 넘어섰고, 텐진시도 금년 중에는 1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 것이다. 이는 중국 소비시장이 일부의 부유층 시장에서 대중 소비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의 중산층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인구 중 중산층의 비중은 2001년 15%에서 2006년에는 23%로 높아졌다. 인구로 보면 5년간 중산층 인구는 1억 9천만 명에서 3억 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일본 경산성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증산층 인구는 4억 4천만 명에 달한다.
특히 노동자가 이전의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환해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노동자는 저임금이라는 이름 아래 생산자 역할을 담당하여 왔고, 그들은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고 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자본을 축적해 왔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중국은 12.5 계획(12차 5개년 계획, 2011-2016년) 기간 중에 중국 노동자의 임금을 현재의 2배로 올리는 것을 국가의 정책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5% 이상의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임금 소득이 상승하여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노동자는 노동보다는 여가를 선호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환해 갈 것이다. 중국의 노동자들이 소비자로 전환되어 가면서 중국의 소비의 대중화 시대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아울러 마이카 시대도 앞당길 것이다. 현재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은 100가구당 28대이다. 2015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력 소비층이 변화하고, 소비행태도 질을 중시하는 소비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세대가 소비계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는 '70허우(70后)'와 '80허우(80后)' 세대가 주력 소비자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에 태어나 개혁·개방 시기에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온 '70허우' 세대는 현재 중국 사회의 새로운 중심 계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30-40대의 계층이다. '80허우'는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신세대로서,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의 혜택을 입고 자란 신세대의 '샤오황띠(小皇帝)'들이다. 이들은 비교적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자라왔고, 높은 학력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강한 소비욕구를 가지고 있다. 신세대답게 노동보다는 여가를 선호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다른 소비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부모 세대에서는 '원바오(溫飽)'형 소비와 자신보다는 자녀를 위한 소비가 중심이었던 '샤오캉형(小康)'형 소비패턴을 유지하고, 자신의 개발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고급가전 등에 대한 소비와 레저, 교육, 문화 등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주력 소비층이 변하면서 중국인의 소비 패턴이 이전의 '생존형 소비'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도시지역 소비 중 엥겔계수(소비 중 음식료품 지출 비중)는 1990년 54.2%에서 지난해에는 36.5%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의료, 보건, 통신, 교육, 문화 등 주민관련 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중은 14.0%에서 32.7%로 높아졌다. 소비 패턴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주력 소비시장이 연해 지역에서 중서부 지역으로 확대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소비지역을 확대시키는 데 있어 중국의 도시화와 고속철도 건설이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00년 36.2%에서 지난해에는 46.6%로 높아졌다. 중국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은 중국의 적정 도시화율을 65~75%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매년 1%포인트씩 높아졌다. 도시화율이 1% 포인트 늘어날 경우 도시 인구는 매년 1,600만 명이 증가하게 되고, 연간 도시지역에서 530만 채의 신규 주택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도시화 과정에서 베이징, 샹하이, 텐진, 충칭, 청두, 광저우, 우한, 선전 등 메가 급 도시가 탄생하게 되고, 2~3선의 도시들이 급성장하게 될 것이다.
▲ 중국의 백화점 ⓒ프레시안 |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속철도 총연장은 6,552km로 전 세계 고속철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3년 내에 총 연장을 현재의 2배인 1만 3천 km로, 2020년에는 총 12만 km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베이징과 텐진 간에는 30분, 우한-난징-광저우 구간은 3시간, 베이징과 썬양은 4시간이면 연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메가급 도시를 중심으로 1일 생활권이 가능한 지역경제구조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며 2~3선 도시의 성장을 가속화 시킬 것이다.
중국이 수출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이 때, 우리는 얼마나 중국 내수시장에 접근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에서 중국의 내수시장에 직접 판매를 목적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비중은 33%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중국에서 가공한 후 재수출하기 위한 것들이다. 따라서 중국에 수출되는 제품의 72.2%가 중간재이고, 최종재는 27.8%에 불과하며, 이중에서도 소비재는 2.6%에 불과하다. 소비재를 중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중국의 소비재에 대한 높은 관세도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기업은 진정한 내수시장 공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재중국 한국기업이 생산한 제품 중 내수시장에 판매되는 비중은 52.5%로, 절반 이상이 중국 내수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로는 내수 비중이 천차만별이다. 기계 91%, 자동차 88%(자동차부품 73%), 화학 71%, 철강금속 65%, 섬유 및 의류 55%(그중 의류 2.4%), 전기전자 18% 등이다. 특히 최종재의 경우 20%만이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되고, 중간재의 경우 70% 이상이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 내수판매에 있어서도 한국 기업 간 거래가 대부분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계 기업의 내수 판매 중 60% 이상이 중국내 한국계 기업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중간재의 경우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되는 것의 65%가 한국계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투자는 여전히 초보적인 내수시장 개척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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