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 검증위원회는 그간 시뮬레이션 분석을 진행해 온 합조단의 민간위원이 "현재의 시뮬레이션으로 현 상태의 스크루 변형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9일 전했다.
언론 3단체 검증위를 자문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전날 이 민간위원의 연구실로 찾아가 시뮬레이션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이같은 답변을 들었다고 검증위의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은 알렸다.
이에 따라 천안함의 스크루가 어뢰 폭발로 급정지하면서 관성력 때문에 휘게 됐다는 합조단의 기존 발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합조단은 지난달 29일 검증위를 상대로 한 공개 설명회에서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보여주며 스크루가 관성력 때문에 휜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증위는 당시 공개된 동영상에 나타난 스크루 변형 방향과 천안함 스크루의 실제 변형 방향이 정반대라면서 합조단의 해명을 요구해 왔다.
▲ 합조단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스크루 날개가 급정지로 인해 기존의 스크루 회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꺾인다는 결과가 나온다. ⓒ언론 3단체 검증위원회 |
▲ 천안함 스크루는 시계 방향으로 돌다가 멈췄는데 꺾인 방향은 시계 반대방향이다. 합조단의 민간위원이 "시뮬레이션으로 스크루 변형 설명하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언론 3단체 검증위원회 |
한편 언론 3단체 검증위는 합조단이 스크루 손상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합조단은 5월 20일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줄곧 "스크루 날개에 파손이나 국부적 손상, 표면에 긁힌 흔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검증위는 이날 "현장 확인과 근접 촬영 등을 통해 스크루에는 여러 종류의 매우 심각한 손상이 모든 날개에서 발견됨을 확인했다"며 합조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언론 3단체 검증위원회 |
ⓒ언론 3단체 검증위원회 |
검증위는 이어 "손상의 종류와 손상 부위에 대한 정밀 분석으로 사건의 원인과 관련한 중요한 단초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증위 자문위원들의 판단"이라며 "향후 스크루 손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밀한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크루 문제는 비단 검증위 뿐만 아니라 한국에 전문가팀을 파견한 러시아도 유사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9일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의 스크루가 휘는 등 손상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로 분리되기 이전에 다른 원인으로 스크루가 먼저 훼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언론 3단체 검증위는 "합조단이 스크루 손상 상태를 고의로 은폐해 온 것인지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변형과 정반대로 나왔음에도 이를 스크루 변형의 근거로 활용해 온 합조단은 그 자체로 사실 호도와 분석 결과 왜곡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증위는 합조단의 △흡착물 관련 입장 번복 △잘못된 어뢰 설계도 제시 △섬광을 물기둥으로 해석한 것 △섬광 발생 장소가 천안함 침몰과 무관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스크루 변형 분석의 오류와 손상 사실까지 확인됐으니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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