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웹사이트를 일시에 마비시킨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의 진원지가 북한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AP> 통신이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디도스 공격에 동원된 IP 주소가 북한 체신청이 사용해 온 주소라며 북한에 의한 공격을 기정사실화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보 판단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AP> 통신은 거의 1년 동안 당시 공격과 관련된 조사를 해왔던 미국 내 사이버 보안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누가 무슨 이유로 그런 공격을 했는지 오히려 1년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AP>는 작년 7월 사이버 공격에 사용된 코드에 한글을 포함한 일부 표식들이 포함돼 있어 북한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었지만 "현재 전문가들은 북한이나 다른 어떤 국가가 그같은 공격을 감행했다고 간주할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특히 익명을 요구한 보안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의 위협을 우려하는 일부 한국인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확산시킬 목적으로 당시 사이버 공격을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AP>는 많은 미국 내 보안전문가들은 당시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를 파악하기가 힘들며,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면서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주간에 공격이 발생한 점으로 볼 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틀란타 소재 컴퓨터 보안업체인 시큐어웍스(SecureWorks)의 돈 잭슨(Don Jackson)은 "한국 내 해커들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퇴역 장성인 웨슬리 클락(Wesley Clark)은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또 디도스 공격의 주체와 범행 동기에 대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해답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 사이버 공격이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는 "디도스 공격은 운전자가 경적을 지나치게 많이 눌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것과 같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공격에 참여했을 수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와 관련한 단서를 남겨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북한 공격설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작년 10월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안보고를 통해 "한국, 미국 등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 공격 경로를 추적한 결과, 중국에서 들어오는 회선이 있었다"며 "그 선은 북한 체신청이 임대해 쓰는 IP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