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놓아둔 플라스틱 건조대에 누군가 담배꽁초를 버린 모양이다. 꽁초 모양으로 꺼멓게 탄 자국이 보기 흉하다.
외국인이 쓰레기를 버린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버리는 것 같다.
층계나 복도에 꽁초나 씹다 버린 껌이 눈에 띈다.
1층에 있던 옷가게 <신호등>이 이사를 갔다. 지난 3년간 우리 센터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정도 들었는데 아쉽다. 그 자리에 새 옷가게 000이 문을 열었다. 옷가게에 드나드는 주 고객은 여전히 외국인이다.
새 주인은 지역 토박이로 옆 건물 소유주의 아들이다. 토박이에다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짐작이 갈 것이다. 자부심이 무지 세다는 것을. 인사를 트려고 들어갔으나 바쁜 듯 자기 볼 일만 보고 있어서 무색해서 그냥 나온 적도 있다. 소위 곁을 안 주는 스타일이다.
어느 한가해 보이는 날 안주인과는 인사를 텄다. 하지만 바깥주인하고는 한 달이 지나도록 인사를 못 텄다.
이래선 안 되지 싶어 어제 점심시간에 작심하고 무조건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 3층 노동자센터 목사입니다."
"아, 잘 되었네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왜 외국인들은 비타500 병을 우리 쓰레기봉투에 버리죠? 한 두 개가 아니에요. 어제도 그거 골라내서 한참 버렸네. 병은 분리수거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일단 사과부터 했다.
"맞습니다. 병은 분리수거해야죠. 미안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 게요."
그러자 얼굴이 풀어지더니
"거기 외국인 소개해주는 데 맞죠?"
하고 묻는다. 딴에는 관심을 표하는 셈이다.
"아뇨. 소개는 안 합니다."
"그럼 인력 사무실 아니에요?"
안주인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는 기억이 난다.
웃으며 대꾸했다.
"아니구요. 저희는 그냥 외국인 도와주는 봉사단체입니다."
"뭘 도와주는데요?"
"돈 못 받으면 받아주고, 아프면 병원 데려가고. 맞으면 고소해주고, 성폭행 당하면 직장 옮겨주고."
그는 비로소 미소를 띄며
"아, 좋은 일 하시네요.
한다.
옳다 됐다 싶어 약간의 이해를 구했다.
동남아인들은 원래 쓰레기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 한국에 와서 하도 지청구를 먹다보니 이제 거의 쓰레기 안 버리는 수준은 되었다. 한 때는 쓰레기봉투가 뭔지도 몰라 검은 봉지에 쓰레기 담아 버린 사람들인데 말해 뭐하나. 그래도 지금은 쓰레기봉투에 버리니 많이 나아진 거다. 하지만 아직도 분리수거에 대한 개념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욕하면 거시기하다. 우리도 30년 전에는 그랬으니까.
"30년 전이라? 우리도 그랬죠!"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완전히 납득했다는 표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손을 펴서 보여주었다.
"이 손 좀 보세요. 틈날 때마다 교육도 시키고 잔소리도 퍼붓지만 아직 잘 안 돼요. 별 수 없이 제 손으로 매일 3층에서 분리수거합니다. 비타500도 골라내고 깡통도 골라내고. 좀 언짢으시더라도 쟤들은 아직 몰라 그러려니 하고 양해 좀 해주세요.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예, 알았습니다."
싹싹하다.
한결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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