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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뱅크' 논란. 'MB맨간의 신경전'으로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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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뱅크' 논란. 'MB맨간의 신경전'으로 재점화

어윤대 "세계 50위권 은행 필요", 김승유 "세계 50위권 망한 곳 여럿"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 위험성이 드러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메가뱅크(초대형 은행)가 금융계의 뜨거운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5일 'MB맨'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것이 계기다.

예전과 달라진 흥미로운 풍경은 논의의 중심에 선 금융그룹 회장들이 '대통령 대학 동문'들로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둘러싸고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시각도 있고, '모피아 시대의 쇠퇴 현상'으로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통상 총자산 500조원 이상의 대형은행을 뜻하는 메가뱅크의 현실적 정의와 필요성은 이미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간단하게 정리했다. 지난 15일 KB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국외에서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나라 은행들은 보증을 설 수 없다. 보증을 설 수 있는 수준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면서 "KB금융도 세계 50위 은행인 SC금융그룹(자산 4351억달러·약 522조원)처럼 키우겠다"고 말했다.

▲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연합뉴스
"GDP 규모 세계 15위 한국, 세계 50위권 대형은행 있어야"

실제로 지난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할 때 UAE 정부는 세계 50위권 이내 은행의 공사지급보증서를 요구했다. 이 정도 수준의 대형은행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수천억원대의 보증료 수입을 눈뜨고 놓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총자산 규모 세계 최대 은행(2008년 기준)인 영국의 스코틀랜드로열은행(RBS)가 총자산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30%나 많은 3조5009억 달러(4200조원)가 되는 등 총자산 규모가 2조 달러가 넘는 은행이 8개, 1조 달러가 넘는 은행이 24개나 되는 현실에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5위인 한국에서도 세계 50위권에 들어가는 대형은행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러한 논리로 어윤대 내정자는 메가뱅크를 위한 인수합병 대상도 공개적으로 명시했다. KB금융(자산 325조6000억원)과 우리금융(325조4000억원)을 합해 세계 50위권인 대형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뜻대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친다면 단숨에 자산규모 650조원으로 세계 50위권내에 진입한다.

하지만 어윤내 KB금융그룹 내정자의 고대 2년 선배인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즉각 어깃장을 놓았다. 17일 김 회장은 "(금융사 경영에서)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성과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 50위 은행 중에도 망한 곳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물론, 김 회장의 발언은 우리금융 인수에 눈독을 들여온 하나금융이야말로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성급한 메가뱅크화, 부실덩어리 전락 우려"

어윤대 내정자의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경쟁 관계인 김승유 회장만이 아니었다. 맥쿼리증권도 이날 KB금융과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KB금융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목표가를 6만2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맥커리증권이 이처럼 부정적 평가를 하는 이유로 특히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꼽았다. KB금융은 소매금융,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쪽에 강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업무 영역이 다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중복되는 부문이 많아서 의미있는 구조조정 없이는 비용 면에서 긍정적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합병을 하는 최대 명분이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인데, 외환은행과 달리 우리금융은 해외 시장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메가뱅크화에 따르는 리스크를 경고했다.

문제는 어윤대 내정자가 부각시키고 있는 메가뱅크 논의의 배경으로 볼 때 어떤 형태로든 금융계에 M&A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정부의 금융산업 선진화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어 내정자는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에는 지난해 10월 지주사로 출범한 산은금융까지 M&A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력을 기른 결과물이 아닌 급격한 메가뱅크화는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기는커녕 거대한 부실덩어리로 국가경제에 큰 부담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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