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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례적인 '오벌 오피스 연설'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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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례적인 '오벌 오피스 연설' 왜 했나?

[분석] 정치적 위기 부른 멕시코만 사태, 극적 반전 노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와 관련해 '오벌 오피스 연설'을 가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벌 오피스'는 미국의 대통령 집무실의 별칭으로, 이곳은 국가적 중대사가 벌어졌을 때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매우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에나 대통령 연설장소로 사용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연설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저녁 멕시코만 사태에 대해 연설하기도 전에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연설이 행해진 장소였다"면서 "오벌 오피스는 미국인들에게 정부가 좋거나 나쁘거나(대부분이 그렇다) 생애 최대의 발표를 하는 장소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2001년 9.11 사태 직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오벌 오피스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벌 오피스에서 맥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와 관련해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오바마, 멕시코만 사태를 '환경.에너지의 9.11사태'로 규정

오바마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 연설이 미국의 방송사들이 할애하기를 꺼리는 저녁 프라임타임대에 미국 전역에 생중계로 이뤄진 것도 그가 이번 연설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었는지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 앞서 지난 13일 미국의 정치전문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만 사태를 9.11 사태와 버금가는 중대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우리의 취약점에 대한 견해나 외교정책이 9.11 사태 이후 형성됐듯이, 멕시코만 사태는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사고방식을 정립해 나가고, 미국의 에너지 기반을 석유에서 다른 에너지로 전환할 계기"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도 원유 유출 사태에 대한 대책과 함께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에 대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오늘밤 나는 우리의 해안과 시민을 공격하고 있는 기름 유출을 상대로 우리가 벌이고 있는 전투에 대해 여러분에게 말하려고 한다"면서 "지진이나 허리케인과 달리 멕시코만에서 분출되고 있는 엄청난 기름은 몇 분, 몇 날이면 끝날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몇 달이나 몇 년에 걸쳐 싸워야 할 전염병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얼마나 오래 걸리든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름 유출과 싸울 것이며, 사태를 초래한 BP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의 전투 계획을 설명하겠다"면서 기름 제거 작업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심해 유정 개발에 대한 규제 강화와 석유 의존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등을 역설했다.

하지만 <AP> 통신은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오바마가 전달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지 못하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 통신은 "오바마가 전투계획이라고 표현한 노력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면서 "BP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역설했지만 어떤 모습이 될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만 사태는 이미 '오바마의 카트리나'에 비유될 만큼 무능력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AP>의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52%나 되는 많은 미국인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카트리나 사태 때와 비슷한 수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부로서는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엑손 발데스호 사건보다 이미 10배 넘는 원유 유출

지난 4월 20일 시작된 원유 유출은 57일이 지나도록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 정부 소속 과학자들이 조사로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원유 유출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매일 252만 갤런(6만 배럴)의 기름이 유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1억1600만 갤런(276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지금까지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건이라는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좌초 사건'으로 유출된 원유가 1100만 갤런(26만 배럴)이었고, 지난 2007년 한국의 태안반도를 뒤덮은 기름 유출 사건 당시 유출량이 330만 갤런(8만 배럴)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2위의 영국계 다국적 석유기업 BP도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BP에게 환경법에 따른 벌금 140억 달러, 그리고 파산이 우려되는 BP에게 배상을 위한 기금으로 200억 달러 예치를 요구하고 있다.

BP, 투기등급 전락 임박 등 파산 위기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15일 BP의 신용등급을 6단계나 수직 강등시켜 투기등급보다 불과 두 단계 높은 BBB로 평가했다. 당초 BP의 신용등급은 'AA'였으나 지난 3일 'AA'로 1단계 낮춘 지 12일만에 투기등급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피치는 BP의 신용전망을 기존 '부정적(Negative)'에서 '유동적(Evolving)'으로 바꿔, 언제든지 투기등급으로의 강등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BP사의 주가도 연일 추락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문제는 정작 BP가 파산할 경우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피해 배상을 받아낼 수 있느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가 받아내려는 340억 달러라는 규모는 지난해 영국 기업들이 낸 법인세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며, 지난해 BP의 순이익(167억달러)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반면 BP가 보유한 현금 규모는 불과 70억 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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