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지난 4월 10일 김대중평화센터에 팩스를 보내 6.15 공동선언 10주년을 맞아 올 6월 중에 평양에서 남북 공동학술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하며 이 여사를 초청했다고 박진원 김대중평화센터 남북협력 보좌역이 13일 밝혔다.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아태는 팩스에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한 6.15 상봉 관계자들도 참가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15 상봉 관계자들'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중평화센터는 이 제의를 받고 아태 측에 실무협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아태는 5월 14일 다시 팩스를 보내와 김대중평화센터 실무자들이 5월 중 편리한 시기에 개성을 방문하는데 동의한다고 답해왔다.
이어 아태는 5월 22일에 개성에서 이 만남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대중평화센터는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20일) 이튿날 실무협의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또한 김대중평화센터는 '천안함 정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6월 중 학술토론회 개최는 무리라고 판단, 지난 11일 아태 측에 '현실적으로 토론회를 6월에 개최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올 안에 반드시 성사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고 박진원 보좌역은 밝혔다.
박 보좌역은 "김대중평화센터는 올 안에는 반드시 평양 학술회의를 성사시키겠다는 생각"이라며 "가급적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8월 18일)를 즈음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센터는 앞으로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학술토론회와 이 여사의 방북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희호 여사가 지난 5월 '2010 광주 아시아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희호 여사가 실제 방북할 경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이 여사는 최근 이뤄진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으면 가서 만나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6.15 선언 1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 학술토론회는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의 제의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이사장은 작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측 '조의방문단'으로 내려온 김양건 부장 일행과 만찬을 하면서 평양 공동학술회의를 제안했다.
이 제안은 김남식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것이었다고 박진원 보좌역은 설명했다. 이에 김양건 부장 일행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흔쾌히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