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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237>

철재 가공 공장에 다니는 태국인 시왓은 허리가 아프다.
A병원에 갔더니 신장 결석이란다.
의사는 간단히 말했다.
"수술 안 해도 돼. 약 먹으면 나아."

일요일.
시왓이 나를 찾아왔다.
"약 먹어도 아픈데 어떡해요?"
"그래? 그럼 평일날 한 번 더 와요."
그를 *수원의 큰 병원으로 보낼 참이었다.

화요일.
시왓이 다시 왔다. 그 회사의 외국인 담당자와 함께.
담당자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약만 먹으면 된다고 하는데도 얘가 전혀 믿지를 않네요. 수술 받아야 한다면서."
둘은 외면하는 눈빛 속에서 서로를 불신하며 냉냉한 기류를 띄우고 있었다.
담당자는 회사일 바빠 죽겠는데 얘가 농땡이 치고 있네 하는 표정이고, 시왓은 '외국인은 죽어도 되는 거야?' 하는 표정이다.

나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어줍잖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받으면 완치되고 좋잖아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수술이라니?
담당자는 사뭇 황당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시왓은 만족해서 그것 보라는 듯이 씩 웃었다.

나는 보건소에 자문을 구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수원의 큰 병원에 가려면 *보건소의 도움이 있어야 하니까.
"신장 결석인데 수원의 큰 병원에서 수술 가능할까요?"
외국인 담당 간호사가 되물었다.
"화성 어느 병원에서 진단 받았다구요?"
"A병원."
"결석 크기가 얼마나 되는데요?"
"6 미리."
간호사가 가볍게 웃었다.
"그 정도면 수술할 필요 없어요. 약으로 되요."
"그래요?"
"그럼요! A병원은 웬만한 건 다 수술하자고 드는 병원인데, 거기서 수술하지 말라고 하면 무지하게 경미한 거예요."
"그렇군요."

나는 자문 결과를 전했다.
"괜찮아. 수술 안 받아도 된대."
담당자가 크게 만족한 듯 유쾌하게 웃었다.
"것 봐. 약으로 다 되잖아!"

시왓은 불만이었을까?
아니다.
그 역시 환하게 웃었다.
"왜 웃어?"
하자, 그가 말했다.
"목사님이 괜찮다면 정말 괜찮은 거니까요."

*수원의 큰 병원 : 수원의료원이나 성 빈센트 병원은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치료해주는 고마운 병원이다.

*보건소의 도움 : 보건소에는 외국인을 위한 치료기금이 약간 확보되어 있다. 고로, 외국인이 큰 병원에서 저렴하게 치료를 받으려면, 보건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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