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중단에 따라 북한산 수산물 반입이 막히면서 조개값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는 등 서민들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27일 강원 영동지방 수산업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남북교역 중단을 선언하면서 속초항을 통한 북한산 수산물 반입이 전면 중단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북한산에 크게 의존했던 조개의 일부 품종 값이 4배 가까이 뛰고 있어 조개 도·소매상은 물론 횟집과 조개구이 업소 등 관련 업소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조개값은 이달 초 남북교역 중단설이 흘러나오면서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다가 이 대통령의 담화 발표 후 매일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물량이 많고 맛이 없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던 참조개조차 ㎏당 1000∼1500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4000∼4500원으로 3∼4배 올랐다.
민들조개와 대합 등 다른 조개도 최근 2주 사이 ㎏당 가격이 평균 2000∼3000원씩 올랐다. 이에 따라 조개 취급 업소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짓고 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15년째 조개 도·소매업을 해온 최모(47) 씨는 <연합뉴스>에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조개의 경우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북한산 반입이 중단되면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산란기인 다음 달부터 두 달 동안은 조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국내산 확보도 어려워 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비단 조개류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농수산물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마늘, 버섯, 새우 등에도 곧 여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지난 12일 <프레시안> '한반도브리핑'에서 "북한에 고통을 주는 조치가 사실은 자기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며 북한산 농수산물 차단에 따른 가격 상승 과정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바지락 시장에서 북한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른다. (…) 만약 정부가 북한에 고통을 주기 위해 바지락 반입을 금지시키면 어떻게 될까? 북한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에 팔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중국, 특히 심양이나 대련의 수산물 중계업자들이 북한산을 수입해 남한으로 팔면 된다.
북한산이 중국산이 되면, 남한으로 들어올 때 가격이 올라간다. 북한산은 민족 내부 거래이기 때문에 관세를 물지 않지만 중국산이 되면 관세를 물기 때문이다. 남북 교역이 이루어진 이후 중국산 농수산물이 별의 별 편법을 써서 북한산으로 둔갑하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무관세 혜택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북한산이 중국산이 된다.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관세를 물어야 한다. 결국 국내 바지락의 가격만 올라간다. 북한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중국의 무역업자들은 예상치 않은 중개업으로 호황을 누릴 것이다. 유일하게 고통 받는 사람은 남한의 소비자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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