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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 평화를 적으로 돌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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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담화, 평화를 적으로 돌리려는가?

[김민웅 칼럼]<53> 전쟁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안보를 위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안보

다시 강조하지만 국민은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의무 없고, 문제 제기할 권리가 분명히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권의 천안함 사건 진상 발표는 여전히 충분한 설득력과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주목한다. 아직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과 상식을 가진 일반국민들은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일 정부의 진상규명 방식과 결론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을 탄압한다거나 법적으로 처벌하려 든다거나 아니면 이적행위로 몬다거나 하는 일은 모두 민주주의의 원칙 파괴행위다. 안보는 어디까지나 민주주의 수호에 있지 민주주의를 희생시키면서 이룰 수 있는 안보는 권력 안보 외에 없다.

전시상황이라면 민주주의의 일부 유보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시상황이라는 것도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이유를 내세워 만들어지고 있다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그건 전쟁을 부르는 일이지 평화를 이룩하는 방식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발표된 대북 제재 담화와 이에 따른 정책은 그런 까닭에 평화적 해결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을 전시상황 조성으로 이끌고 가는 매우 잘못된 선택이다. 정부가 국민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한다면, 그것은 재앙을 자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말로는 안보라고 하지만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의 안전을 거꾸로 위협하는 일이 된다.

대통령의 담화는 천안함 사건 희생에 대한 일체의 내부 책임은 묻지 않고, 남북관계 단절과 무력증강 계획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간 투입된 국방예산은 무얼 위해 있었던 것인가? 이런 사건이 생기면 반드시 있어야 할 경계실패와 병력 손실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군 인사 개편이 없다. 국방부 장관 김태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하나도 부끄럽거나 잘못했다든지 하는 기색 없이 대북 강공책으로 자기 입지를 지키는 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군이 명예를 스스로 실추시켜놓고 문제제기를 하는 인사들을 명예실추로 고발하고 있다. 이걸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사건 이후 군의 허둥대는 모습은 이미 군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릴 대로 떨어뜨렸다.

북의 공동조사 요구 받아들이라

천안함 사건이 북의 무력기습이라고 단정하고 있다면, 북의 공동조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북에 대한 일방적 두둔이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동조사를 하자는 것이지 어떤 결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누구의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최소한 필요한 방식이 남아 있다면 그걸 선택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북의 소행이라고 확신할 만한 증거와 정황을 우리는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측의 반론을 거부하면서 이와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일방적일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 비록 전범일지라도 재판을 통해 반론을 펼 권리를 가진다. 하물며 북을 전범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명박 정권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천안함 사건 발표에 대한 동의와 지지를 근거로 삼고 대북 제재조처를 취하겠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남과 북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국가적 이익을 놓고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서해의 긴장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포위망의 강화를 가져올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에 반해, 전쟁이 일어나면 희생되는 것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다. 이들의 판단과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 목소리에 이론이 있다고 해서 적대시할 일이 아니다. 정부의 판단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은가? 그런 것은 없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된 결론이었다면 그 책임을 어찌 지려는가? 그러기에 민주주의의 작동은 이토록 중요하다. 그 작동이 실패하면 재앙은 모두의 것이 된다.

관련당사자의 인정여부가 증거능력 좌우하지 않아

그토록 과학적이고 객관적 증거로 결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관련 당사자가 증거로 인정 하는가 아닌가는 문제가 아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증거 앞에서 부인을 하는 쪽이 범인이다. 증거는 그 자체의 증거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그 증거 앞에서 인정하는가 부인하는가에 따라 증거능력이 좌우되지 않는다. 또한 남과 북 사이에 의견대립이 있거나 분쟁사안이 있다든지, 또는 불가침 이행에 대한 위반이 있을 시에는 공동조사와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과정이 남북 기본 합의서에 마련되어 있다. 유엔과 정전위원회에까지 갈 것도 없다.

대통령 이명박은 지난 2008년 3월 26일, 남 북 간에 가장 중요한 합의는 남북 기본합의서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발언대로 문제를 풀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남북 기본합의서는 이런 때에 있으라고 만든 것이다. 아닌가? 그걸 휴지화하려는가? 평화적 해결의 길이 분명히 있는데도 그걸 외면하고 대결주의적 방식으로 가려는 것은 평화에 대한 의지가 약하거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평화는 전쟁의지를 강화시킴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해결에 대한 최선, 최대의 모색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미국 부시 정권은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는 증거를 유엔에 내놓고 일방적 침략을 감행했다. 9.11 사건에 대한 이라크의 책임을 묻고 침략했지만 결과는 대량살상무기가 없고 이라크에 대한 점령정책의 관철만 있을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적지 않게 파괴되었고 이라크 국민들과 미군 병사들도 무수하게 희생되었다. 거짓증거에 토대를 둔 전쟁정책에 대해 미국의 네오콘 세력들은 단 한마디도 사죄한 적이 없으며, 전쟁의 북소리를 올리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랬던 미국이다.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권 내부에 이런 네오콘 세력이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남북 관계를 평화체제로 이행시키는 일에 적대적인 발언과 공격을 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남북관계 정책을 주도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이런 식의 남북관계 경색과 전쟁정책 강화는 생길 수 없다. 대통령 이명박은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부시를 닮으려는가? 그래서 부시는 어떻게 되었는가? 이 김에 오바마 미국 정부도 한반도 정책의 평화적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평화를 지키려는 한국 국민과 대립할 뿐이다.

이번 선거, 전쟁과 평화, 그 선택의 기로에 있다

부디 이명박 정권은 이성을 회복하라. 전쟁이 일어나려는 국면에서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결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평화를 지키려는 국가의 모습이다. 전쟁 증에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평화에 대한 올바른 자세다. 이렇게 공안정국을 펼치면서 진상규명의 보다 철저한 과정과 증거를 요구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겨냥해 "친북좌파", "북의 대변자" 운운하면서 공격하는 것은 이성을 가진 국가의 자세가 아니다. 그건 평화를 적으로 돌리는 전쟁국가의 작동이다.

전쟁체제가 강화되면 민주주의는 질식한다. 발언과 표현의 자유는 억압되고 권력의 논리만 일방 통행된다. 평화를 외치는 운동은 이적행위로 몰린다. 그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안정치의 논리와 실천이 관철되어간다. 전쟁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뒤덮고 평화의 노래는 금지곡이 된다. 보라, 이미 KBS는 공정방송의 능력을 상실해버리지 않았는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의문제기가 가능한 토론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의 말은 누구도 건드릴 수없는 성역의 진실인가? 이런 세상은 뒤집어 져야 한다.

한 가지 촉구한다. 진정 북의 소행이라고 한다면 국방장관 이하 군의 고위책임자를 지금 당장 즉각 처벌하라. 단호하게 엄벌하라. 그리고 희생자가 생긴 사태에 대한 안보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하라. 그러면 우리는 공식발표의 증거에 대한 신뢰와는 별도로 이 사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그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무게 있는 진실이라는 것을 믿고자 하겠다. 아니라면, 이는 북의 무력기습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울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적의 습격을 받은 자들이 너무도 뻔뻔하지 않은가?

이번 선거는 이제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으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로 변모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뽑는가의 문제로 머물지 않는다. 평화의 의지를 가진 세력이 국정의 중심에 서게 할 것인가 아닌가의 선거가 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10일 행동"이 오늘(5월 24일) 밤 7시부터 명동에서 있다. 전쟁으로 가는 길을 막고 평화를 위한 작은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 때이다. 월드 컵 축제가 축제답게 되기 위해서라도 행동해야 할 앞으로의 10일이다.

역사를 격동시킨 10일.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혁명은 이루어진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 한 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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