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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의 고민… "'김재철' MBC냐, '파업' MBC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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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C 노조의 고민… "'김재철' MBC냐, '파업' MBC냐?"

[분석] 사흘째 '파업 중단' 여부 논의하는 MBC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MBC)본부(본부장 이근행)가 이틀째 '총파업 일시 중단, 현업 복귀' 방안을 두고 조합원 총회를 열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D스튜디오에서 비공개로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노조 집행부의 '총파업 중단' 제안에 반발하는 조합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MBC 노조 집행부, 특히 이근행 노조위원장도 좀처럼 '총파업 중단' 안을 철회하지 않고 조합원을 설득했다.

이날 총회도 전날처럼 오후 2시께 시작해 밤 9시 30분에 끝났다. 이날 총회 막바지에 이근행 위원장은 "집행부를 믿고 따라달라"고 요청했고 자리에 남아 있던 200여 명의 조합원은 박수로 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향후 투쟁 방향은 정하지 못했다. MBC 노조는 12일 오후 2시 부문별 간담회, 4시 조합원 총회를 다시 열어 향후 투쟁 방향을 최종 확정한다.

총파업 중단안을 두고 무려 사흘간 MBC 내부의 논의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11일로 파업 34일째를 맞는 MBC 노동조합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재철 MBC 사장이 파업 장기화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파업을 계속 이어가든, 파업을 중단하든 둘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이 '총파업 중단' 여부를 논의하는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언론노보

"MBC 내의 폭풍에 그쳤다" vs "앞으로 더 할 수있다"

일단 파업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MBC 바깥에서 보면 한 달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데도 MBC 파업은 이렇다할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파업 초반에는 천안함 이슈에 묻혔고 김재철 사장과 한나라당, 청와대의 무대응이 '뉴스'를 만들지 않고 있다. 6·2 지방선거 전까지 정권에 불리한 이슈는 만들지 않겠다는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셈.

"결국 MBC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여론이 있을 때에만 MBC를 지키고 싸울 수 있다"는 이근행 위원장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연보흠 홍보국장이 10일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집행부와 현업 복귀에 동의하는 고참 사원과 그간 파업에 동참해온 조합원의 온도차는 크다. MBC 내부의 파업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조합 수준을 넘어 보직부장까지 김재철 사장·황희만 부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명 성명을 냈고, 7개 직능 단체가 낸 퇴진 성명에 동참한 수를 헤아리면 무려 1028명의 조합원들이 김재철 퇴진에 동의했다. 동의 대상 1256명의 81.8퍼센트에 달하는 수다.

조합원 총회에서는 "우리는 할 수 있다. 조합원을 믿고 맡겨달라", "왜 지금 파업을 접어야 하는지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조합원은 "어제까지 데이트 잘하던 연인이 오늘 갑자기 우리 끝내자고 이별 통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왜 지금 파업을 중단하려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했다.

이러한 인식차를 두고 이근행 위원장은 "집행부의 판단과 조합원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괴롭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다수 조합원은 "집행부의 판단이 그랬다면 왜 미리 공유하지 못했느냐"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으로 투쟁하자" vs "김재철 하 MBC에서 되겠나"

MBC 노조 집행부가 제시한 '현업 복귀', '현장 투쟁'을 두고도 각기 의견이 갈린다. MBC 노조 집행부와 다수의 보도국 고참 기자는 "현업에 복귀해서 이번 파업을 통해 강도높게 결의한 공정 방송을 하나하나 펼쳐가자"고 설득했다. 큰 파장을 일으킨 <PD수첩> '검찰과 스폰서' 편처럼 MBC의 프로그램과 보도는 노동조합의 파업 이상의 힘을 갖는다는 것.

또 MBC 파업이 오히려 정권의 의도에 부합한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연보흠 홍보국장은 "지방선거 국면에서 MBC를 벙어리로 만든다는 정권의 의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MBC를 망가뜨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도국 조합원은 "청와대나 한나라당에서는 MBC가 뉴스 안하고 시사프로그램 안하면 더 좋다고 한다"며 고민을 토로했고, 다른 조합원도 "현업에 복귀해서 방송센터 전체를 장악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현업 복귀에 반대하는 조합원의 판단은 다르다. 김재철 사장, 황희만 부사장 등이 버티는 상황에서 과연 '공정방송'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높다. 한 조합원은 "매일 보는 부장이 '하지 말라'고 할 때 매번 '안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게다가 앞으로 월드컵, 아시안 게임 이어질 텐데 얼마나 '공정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MBC 노조의 파업 복귀가 쉽지 않은 것은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MBC 노조는 김재철·황희만 퇴진,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 등 애초의 요구 조건 중 아무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김재철 사장이 전혀 대화에 응하지 않아 '물밑 협상'은커녕 노사 간 그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다수 조합원은 "이대로 복귀하면 노조 집행부나 파업 동참자에 대한 해고·징계가 불가피할 텐데 그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는 점도 지적한다. 이근행 위원장 등 집행부는 "구속과 해고, 징계 등의 희생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각오했다"고 말하지만 조합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강도 높은 파업? 현장 복귀? 어느 쪽이든 쉽지 않아

MBC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여론에 따라 '파업 계속'을 선택하면 이제까지 해온 것보다 한단계 높은 수위의 투쟁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으로 이제까지 해온 방식의 파업이 큰 효과가 없었다는 점과 동시에 내부의 높은 열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지금보다 더욱 강도 높은 파업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동시에 사측의 대응도 징계, 해고 등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MBC 안팎에서는 이번주에 사측에서 징계를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또 이번 파업이 6·2 지방선거 이후까지 이어지면 남아공 월드컵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MBC 사옥에 경찰력이 투입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없다.

또 6·2지방선거, 남아공 월드컵 등의 대형 이슈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나 예능 프로그램의 장기 결방 등으로 MBC의 경쟁력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진보적 시민사회에서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4대강, 봉은사, 무상 급식, 교육감 선거 등이 화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MBC 파업 중단'을 권하고 있다.

반면, MBC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할 경우 장기적으로 MBC가 '또 하나의 KBS'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파업에 동참하는 조합원의 열의와 보직부장의 동참 여론 등을 미루어 볼 때 쉽게 '장악'되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지만 한 조합원은 "사실 그간 MBC의 보도가 얼마나 다르긴 했느냐"고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12일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선정 일정 발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 등을 하기로 해 앞으로 MBC를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MBC 노동조합의 결정을 어렵게 한다. 방문진 보궐 이사로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김재우 기업혁신소장이 'MBC 구조 조정'을 밀어붙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MBC에는 또 한차례 격랑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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