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입사자부터 전 사원을 아우른 이날 성명에는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와 최명길 선임기자, 얼마전 김 사장의 조치를 '조삼모사'라 비판한 이우호 논설위원 등 황희만 부사장의 선배, 동기도 대거 참여했다. MBC 기자회와 보도영상협의회 전체 회원 346명 중 72퍼센트 이상이 동참한 것이다.
MBC 기자회는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이 이번 총파업 투쟁을 조합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의 문제 제기로 호도하고 있어, 김 사장의 보도 부문 후배이자 비조합원까지 참여하고 있는 기자회와 보도영상협의회 회원이 이름을 걸고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원도 대부분 성명에 담긴 취지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기명 방식이 자칫 편가르기라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어 반대했다"며 "거의 모든 보도 부문 구성원이 성명 내용에 동의한 만큼, 김재철, 황희만 두 선배도 후배의 뜻을 알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김재철·황희만, 더이상 선배도 사장도 아니다…사퇴하라"
MBC 기자회는 '김재철, 황희만 선배께 드리는 글'에서 "김 선배는 후배에 대해 고소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손해 배상 소송도 준비한다고 들었다"면서 "수많은 파업을 겪어온 MBC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다. 김 선배는 스스로 후배의 등에 칼을 꽂고, 그렇게 자랑스럽게 이어온 MBC 보도 부문 선후배의 연을 끊었다. 후배들을 죽이겠다는 선배는 없다"고 질책했다.
이들은 "우리는 아직도 이게 선배의 뜻이 아니라고. 청와대의 조인트 때문에 괴로운 선택을 강요받은 것이라 믿고 싶다"면서 "그러나 선배가 우리와의 연을 끊은 이상, 우리도 더 이상 김 선배를 선배로 인정하지 않겠다. 물론 MBC의 사장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 떠나달라. 사장으로서는 물론, 선배로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굴욕을 계속 견딜 것인가? 청와대의 조인트가 그렇게 무서운가?"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황희만 선배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 물러나 달라. 과정이야 어떻든 후배들 대다수가 인정하지 않는 사장의, 껍데기만 남은 인사권을 붙잡고 계실 때가 아니다"라고 재촉했다.
이들은 "이 글은 두 선배께 후배들이 드리는 마지막 글"이라며 "선후배로서의 마지막 연이 물러나달라는 편지여서 죄송하다. 부디 대의를 위한 후배들의 충정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전문 보기 : 김재철, 황희만 선배께 드리는 글)
MBC 기자회는 3일 오전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이 임시로 마련한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인근의 사무실 앞에서 성명서를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김 사장이 외부 일정이 있다며 출근하지 않아 비서실에 전달했다.
보도본부 사원 150여 명, '큰집 조인트' 김우룡 '명예 훼손' 고소
한편, 보도 부문 사원 150여 명은 3일 서울 중앙지검에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중앙지검을 방문해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김우룡은 '큰 집'이라 표현된 청와대와 방문진이 김재철 신임 MBC 사장을 청소부 삼아 MBC내 좌빨 대학살을 자행했다고 실토하면서, 마치 MBC 내 구성원 상당수가 척결돼야 할 '좌빨'인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해 MBC 기자들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관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 MBC 조합원들이 김재철 MBC 사장 출근저지 투쟁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MBC 노동조합 |
단식 8일째 이근행 위원장 "아들도 밥을 안 먹어…참 못할 짓"
이근행 위원장의 단식은 3일로 2주차를 맞고 있다. 지난 29일 차장급 사원 24명의 동조 단식에 이어 3일에는 95,96 사번들이 대거 단식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근행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간 지 8일째가 됐는데도, MBC 구성원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조합 파괴 공작에만 혈안이 돼 있는 김재철, 황희만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경영진의 무책임한 작태를 규탄하기 위해 단식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밥을 안 먹으니 처자식도 밥을 안 먹습니다. 참 못할 짓"이라는 글을 올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굶는 것으로 '방송 독립'과 '상식의 회복'을 말해야 하는 현실이 분노와 서글픔을 함께 불러 온다"며 "아들놈이 배고픔을 참다못해 아빠 볼까봐 몰래 숨어서 밥 한 숟갈 무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날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할 텐데, 가족들 마음 고생이 심해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MBC 노조 특보는 '이제 그만 단식을 풀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이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라도 중단할 순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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