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국가에 대한 국제적인 구제금융 사상 최대 규모이며,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회원국에 대한 첫 구제금융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5개 유로존 회원국은 연 5% 안팎의 금리 조건으로 총 800억 유로를, 나머지 300억 유로는 IMF가 각각 지원한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300억 유로(2009년 GDP의 11%) 감축 등 초강도의 긴축 조치들을 이행하기로 했다.
▲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에개 사상 최대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뉴시스 |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지원만이 유로화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오는 7일까지 그리스 지원법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외부 지원만으로 풀기 어려운 그리스 사태
그러나 그리스 사태가 외부의 구제금융 수혈로 진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자체의 자구 노력이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리스 노동계는 정부의 긴축 대책은 노동자, 연금수령자, 심지어 젊은 층을 파괴하는 대책이라며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이 오는 5일 전국적인 동시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유로존에서 재정위기는 그리스뿐만이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이른바 'PIIGS"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로존 전체의 안정이 쉽게 달성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때문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부도를 '시간문제'로 기정사실화하면서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이 통화동맹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그리스 사태를 어떡해서든지 해결할 것이라고 보는 편이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도 위기가 닥칠 때를 생각하지 않고 유로존을 출범시킨 '오만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고 말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The Euro Trap'이라는 칼럼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유로존 위기의 본질은 부채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그리스 등 현재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미국보다도 많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 자본 유입이 급감하는 등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적자 문제가 크게 대두된 것이다.
문제는 자국 화폐를 갖고 있을 때와 달리 유로화에 묶여 있을 때 위기 탈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환율 조정 등 자국의 실정에 맞는 경제정책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는 긴축 정책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경제를 성장시켜 부채 비율을 축소시킬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기관 S&P는 최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그리스의 GDP는 2017년까지 2008년 수준(유로 기준)으로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사태는 유로존에 가입하는 것은 환율 정책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유로 회의론자들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가 대응할 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유로존 설계자들은 바로 이 점을 망각했다"면서 "유로존 위기의 진정한 교훈은 부채 문제가 아니라기보다는 정책 자율성의 포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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