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 집행부를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하자 MBC 사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기자들이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 작업을 진행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MBC 기자회 "김재철·황희만 사퇴 촉구" 연서명…김우룡 직접 고소
MBC 기자회는 29일 긴급총회를 열어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을 선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의 조속한 사퇴 촉구 등을 결의했다. 후배들을 고소한 김재철 사장은 후배들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므로 선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이들은 김 사장과 황 부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준비하면서 논설위원과 보직부장까지 포함하는 보도국 전원의 동참을 목표로 연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이 완료되면 김 사장과 황 부사장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MBC 장악 삼각편대'라고 불리는 김재철 사장, 황희만 부사장, 전영배 기조실장은 모두 기자 출신이다. MBC 기자회의 움직임은 이들의 보도국 직속 후배들이 직접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성장경 MBC 기자회장은 "공교롭게도 임원실 대부분이 보도국 선배들이라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기자들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후배들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MBC 기자들은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직접 고소하기로 했다. 김재철 사장은 김우룡 전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 발언을 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민·형사상 고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성 회장은 "MBC의 대표로서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할 생각이 없다고 보이는 만큼 기자들이 모욕을 느낀 데 대해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김 전 이사장의 고소에 대해서도 보도 부문 전 사원을 대상으로 기명 서명을 받고 있다.
김재철 불신임 투표도 검토…직능단체들 "황희만 대승적 결단하라"
MBC 기자회는 김재철 사장이 퇴진을 거부할 경우 다른 직능 단체와 협의해 사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MBC 기자회 외에도 PD협회, 기술인협회 등 직능 단체는 30일 황희만 부사장의 '대승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김 사장은 28일 아침 출근 저지에 나선 조합원들 앞에서 "직능 단체 대표들과 대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30분 뒤에는 말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능 단체 대표들은 지난 26일에도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김 사장은 거부했다.
이들은 "사장은 어떻게든 파국을 피하려는 노력을 외면하고 대화를 회피했다"면서 "사장 스스로 황희만 부사장에 대한 임명을 철회해야 하지만 만약 그마저도 어렵다면 황희만 부사장이 MBC를 살리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보직 국장, 부장들을 비롯한 선배 사원들에게도 정중히 부탁드린다"면서 "진정 회사를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스스로 고민해 의사 표시를 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근행 위원장 단식 동참" 늘어나…사측 손해 배상 소송?
한편,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노동조합 이근행 본부장의 무기한 단식에는 동조 단식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29일에는 보도국 성장경 기자회장을 비롯해 부문별로 91사번에서 97사번의 차장급 사원 24명이 동조 단식을 벌였다. 2일에는 1996년에 입사한 차장급 사원 40여 명이 자발적 출근 저지에 나선 뒤 동조 단식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재철 사장 등 MBC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노조에 2000만 원, 조합 간부에 200만 원 등을 물리라는 출근 저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MBC 사측은 파업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라는, 거액의 손해 배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이근행 위원장은 손해 배상 소송 가능성을 두고 "가장 악질적인 노동 대응 방식이 MBC에서 벌어지려 한다. MBC에는 없었던 악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라 두렵다"면서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려 한다. 지금 김 사장은 노조와 노조원을 죽이겠다며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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