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노조 민·형사 고소 "김우룡 고소 못하더니"

출근 저지 금지 가처분 신청…MBC 조합원 "정말 선배 맞습니까"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파업 중인 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 집행부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고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가처분 신청도 냈다.

집행부 형사 고소…출근 저지 금지 가처분 신청

김재철 사장은 27일 이근행 본부장, 황성철 수석부위원장 등 13명을 영등포경찰서에 업무 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MBC 사장이 조합 간부를 집단 고소한 것은 지난 1996년 강성구 사장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김 사장은 MBC 명의의 고소장에서 "노조가 불법 파업을 주도해 회사에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위력으로 MBC의 방송 제작 및 방영에 관한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은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를 놓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가처분 신청 내용은 노동조합이 출근 저지를 계속 할 경우 1회당 노동조합에 2000만 원을, 조합 간부 18명에게 각각 200만 원씩 물리라는 것.

김 사장은 출근 저지는 물론 사내외에서 조합원이 구호를 외치거나 유인물을 배포하고, 현수막이나 팻말을 드는 행위까지 업무 방해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MBC 사측은 손해 배상 소송과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징계 절차 착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룡은 고소 못하면서 후배들은 고소하나"

이에 MBC 노동조합은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는 못하면서 노조 집행부는 고소하느냐고 비판했다.

MBC 노조는 28일 특보에서 "김재철 사장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가졌다면 김우룡을 고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쉽사리 조합 간부들을 고소하진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바빠서 김우룡을 고소할 시간이 없다고 둘러대던 김재철은 이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간 다음날 보란듯이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비난했다.

단식 3일째를 맞는 이근행 위원장은 "파업 투쟁 김 빼기에 실패한 김재철 사장이 결국 칼을 빼들고 우리 목에 겨눈 것"이라며 "이 정도 탄압에 굴복할 싸움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MBC 구성원들만 똘똘 뭉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김우룡을 고소하라는 요구는 외면한 채, 조합 간부들을 고소하는 김재철 사장의 뻔뻔함은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는 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 고소했습니까" 질문에 김재철 "커피숍 가서 이야기하자"

MBC 노동조합은 28일 오전에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 진행했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 오전 8시 48분께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 나타나 조합원들과 가벼운 입씨름을 벌이다 4분 만에 돌아갔다.

김 사장이 MBC 사옥 정문을 막고 선 조합원들 앞에 거리를 두고 서자 시사교양국 강지웅 PD는 "김우룡 고소건은 뭉개면서 피같은 후배들은 쉽게 고소하느냐. 사장이 아니라 MBC에 30년 복무한 선배로서 답해보라. 한말씀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사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조합원들이 "사장님 말씀하시는 거 좋아하지 않느냐"고 재차 재촉하자 "여기 있는 분 중에서 한 다섯 분만 커피숍에서 저와 만나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조합원이 "그냥 여기서 말해달라", "우리도 궁금하다"고 아우성치자 김 사장은 "직능단체 대표들이 오늘 내일 중으로 면담 요청을 하라. 그분들과 이야기하겠다"고 다시 말하고 자리를 떴다.

조합원들은 "김우룡은 내버려 두고 노동조합 고소하는 김재철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고 몇몇 조합원들은 김 사장의 뒤에다 "정말 선배 맞습니까", "정말 30년 선배 맞습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