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파업이 새로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장급, 부장급 사원의 파업 지지 성명이 잇따르고 기자협회, PD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각 협회에서도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성명이 나왔다.
특히 MBC 사측이 공권력 투입, 파업 조합원 징계, 집행부 고소 등 파업에 강경 진압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내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성명마다 "사내 공권력 투입 등은 공멸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국장, 부장급 등 고참 사원이 파업에 지지 성명을 내는 것은 그간 '낙하산 저지 파업'이 벌어진 한국방송(KBS)이나 YTN 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YTN에서 사장에 줄 선 간부들을 '떡봉이'라고 부른 것처럼 중간 간부가 조합원과 대립하며 사내 분열을 격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MBC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고립되는 분위기다.
편성제작부분 보직 부장 12명, 실명 비판…"단호한 결단"
15일에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영상미술 등 편성제작 부문의 보직 부장 12명이 실명을 내걸고 성명을 냈다. MBC의 한 PD는 "보직 간부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실명을 걸고 성명을 낸 것은 MBC 사상 처음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파업 사태 이후 지금까지 김재철 사장이 취하고 있는 회피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를 심각히 우려한다"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대화를 하고 사태를 풀어야 할 사장이 회사 밖으로 돌면서, 마치 남의 일인 양 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깊은 절망감마저 일어난다"며 직격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파업 사태는 김재철 사장의 무리한 인사에서 비롯된 만큼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하고 노조와 적극 대화에 나서달라"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회피만 하거나, 사태의 장기화를 통해 노조의 무력화를 기대하는 것은 책임 있는 MBC 사장의 자세가 아니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 사장이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면서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성명에 참여한 이들은 드라마국 한희 3부장, 김진만 4부장, 예능국 원만식 1부장, 권익준 2부장, 이민호 3부장, 김영희 4부장, 송승종 프로그램 개발부장, 시사교양국 정성후 1부장, 김태현 2부장, 채환규 4부장, 허태정 프로그램 개발부장, 영상미술센터 홍종완 미술부장 등이다.
고참급 사원 또 성명 …경영 부문 조합원 '파업 완전 동참' 결의
또 84사번, 85사번 성명에 이어 1987년에 입사한 사원도 성명을 내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고소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김 사장이 정작 고발해야 할 김우룡 전 이사장은 놔두고 조합과 조합 집행부에 대한 강경 수단을 동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충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87사번 총 53명 중 사고 5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8명 가운데 38명이 이 성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동의한 이들 중에는 많은 수의 보직 간부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고 영업과 급여 업무 등 회계, 인사 업무에서 파업 동참 예외를 인정해줬던 경영 부문 조합원은 "업무에서 완전 철수"를 결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15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예외 인력을 남기지 말고 전원 철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MBC 노조 집행부에 "16일 금요일부터 전원 철수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대위는 "사측의 대응을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유보했다.
직능협회 성명 봇물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하라"
MBC PD협회, 기자회, 기술인협회, 카메라감독협회, 아나운서협회, 미술인협회, 보도영상협의회, 경영인협회도 공동 성명을 내 "파업의 일차적인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황희만 부사장 임명을 철회하고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이제 김재철 사장이 현 사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며 "성급하게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강경책들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공멸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경영인협회는 별도의 성명을 내 "내후년의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MBC 사장직에 올인 하겠다고 과감히 공표할 수 없느냐"면서 "논란을 촉발한 부사장 내정을 취소하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여 공권력 투입 요청과 같은 돌이키기 어려운 악수를 두지 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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