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누스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이자율은 자금 조달 비용에 10~15% 붙인 정도가 되어야지, 그 이상이 되면 지나친 이윤 추구로 비난받는 이른바 '레드존'이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은행들이 소액대출로 큰 돈을 벌고 있다(Banks Making Big Profits From Tiny Loans)'는 기사를 통해, 소액대출 사업에 민간 자본이 진출한 멕시코와 나이지리아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유누스의 기준에 합당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이미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고 전했다.
'유누스의 정신'과 동떨어진 이자율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이자율이 15%를 넘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1000달러짜리 대출 한 건을 취급하는 비용보다 100달러짜리 대출 10건을 취급하는 비용이 더 많으며, 억지로 이자율을 제한하면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빌릴 창구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운용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사실상 '고리대'를 챙기는 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전세계 마이크로 대출기관 1000여개가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Mix"의 조사에 따르면, 마이크로 대출기관 중 75%가 레드존을 넘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가 서민의 자활지원을 위해 주도한 '미소금융'이 저조한 대출 실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에 민간자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멕시코의 마이크로대출기관 콤파르타모스가 지난 2007년 주식공모로 4억58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인 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멕시코의 대표적인 마이크로크레디트 업체 테 크레모스의 소액대출 이자는 최대 125%에 이른다. 또한 멕시코의 소액대출 평균 이자율은 70% 수준으로 전 세계 평균 35%의 두 배에 달한다.
도이체방크 등 세계적인 금융업체가 투자한 나이지리아의 최대 마이크로대출기관 LAPO는 100%가 넘는 이자율도 부족해 대출금 일부를 예금으로 돌리는 이른바 '꺾기'를 강요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
LAPO는 이자율이 너무 높다는 비난을 받은 뒤 대출금리를 조금 인하하면서 '꺾기' 비율을 10%에서 20%로 슬그머니 올리는 편법으로 대응했다. 이로 인해 일부 고객의 실질 대출금리는 연 114%에서 126%로 뛰어올랐다.
유누스는 "고리대금업에 대항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개척했지, 새로운 고리대금업을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고 개탄했다.
한국의 마이크로크레디트 '미소금융'의 현황 : 지점 35개에 하루 대출 인원 7명 지난해 12월 정부 주도로 시작된 미소금융사업은 '서민금융활성화'라는 정부의 취지에 따라 민간 금융기관의 재원을 동원하면서도 5% 이내의 저금리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 미소금융재단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미소금융재단의 대출현황은 743명, 53억 원에 불과했다. 1인당 대출금액으로 보면 약 700만원, 하루 대출 인원 7명 수준이다. 미소금융재단이 전국 35개의 지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1명도 대출하지 못하는 지점이 대부분이라는 초라한 실적으로, 정부가 미소금융을 통해 10년간 25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한 것과는 격차가 너무 크다. 이처럼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정작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까다로운 대출 자격 기준'에 걸려 탈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무담보 소액대출이면서도 금리가 너무 낮은 탓에 무조건 대출 신청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아 심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미소금융의 이자율을 10%~19%대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대 금리의 미소금융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라면 정부가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수혜자로 상정한 서민들일 수 있느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