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봉 교장은 '친환경 무상 급식' 시행 요구를 두고 "좌파 포퓰리즘", "부자 아이들에게도 무상 급식을 줄 것이냐"는 등으로 비판하며 반대하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 등을 두고 이렇게 질타했다.
23일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는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왜 친환경 무상 급식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상 급식 논쟁이 짚어야 하는 최소한의 기초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현 로드맵까지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부자 노인' 지하철 무임 승차 반대는 왜 안 하나"
조흥식 소장은 "친환경 무상 급식이 '좌파 사회주의 정책' 아니냐는 식의 이념 논쟁이나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식의 비판은 한마디로 '무식과 무지의 소치'"라며 "이념 논쟁은 '무상'이라는 말 때문인데 이 말은 헌법 31조 3항에도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조 소장은 "적어도 무상 급식을 두고 '선별주의'로 할 것이냐 '보편주의'로 할 것이냐 정도가 되어야 품격있고 의미있는 논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둘은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기준에 관한 매우 중요한 가치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정책에서 '선별주의'와 '보편주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라며 각각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그는 "'선별주의'의 장점은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줌으로써 경비가 적게 들고 불필요한 의존심을 키워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보편주의'는 기본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궁핍을 미연에 방지해주고 인권에 대한 침해를 받지 않고 서비스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급식의 경우 '보편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지위나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취약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 즉 성인이 아닌 아동이나 노인, 그리고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보편주의 복지 정책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 교통비나 장애인 활동 보조, 출산비 보조, 의무 교육비 등은 당연히 보편주의 대상 아니냐"며 "부자 노인이라고 해서 지하철 공짜로 못타게 하는 것 아니고 부자 장애인이라고 해서 활동 보조 못받는 것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에게 '왜 부자 노인까지 교통비 주느냐'고 해보라. 선거에서 표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는 못할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아동은 투표권을 실행하지 못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인권의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자 노인이라고 해서 지하철 공짜로 못타게 하는 것 아니고 부자 장애인이라고 해서 활동 보조 못받는 것 아니지 않느냐." ⓒ프레시안 |
"2011년 초등학교, 2012년 중학교…단계적 전면 실시하자"
배옥병 친환경무상 급식연대 상임위원장은 오는 29일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요구할 정책 공약의 틀을 미리 밝혔다.
배옥병 위원장은 "보육부터 교육까지 무상 급식 단계적 실시"를 3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우면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도 제시했다. △300인 이하 소규모 학교 무상 급식 실시 및 보육 시설 급식비 단계적 지원 △2011년까지 초등학교 전면 실시 △2012년까지 중학교 전면 실시 △2013년까지 고등학교 의무 교육 확대 및 무상 급식 단계적 예산 배치 등이다.
배 위원장은 특히 "무상 급식 실시 과정에서 방학 중 급식도 필수적으로 되어야 한다"며 "2009년 9월 기준으로 학기 중 저소득층 급식 지원이 약 73만 명인데 비해 방중과 휴일 급식 지원은 약 57만 명이라고 한다. 약 16만 명이 제외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여당의 차상위계층 무상 급식 대상자 확대 정책에 대해 "시혜적 무상 급식을 연차 확대한다는 식의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며 "실업 증가와 신빈곤층 확대로 급식비 미납자가 2년 사이 1.9배 증가할 정도로 해마다 늘고 있고 연체액은 무려 2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급식의 질이 떨어지고 밥값으로 낙인찍는 아동 인권 침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무상 급식 문제에 '부자까지 줄꺼냐'는 프레임에 가둬두고 더이상 논의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무상 급식 확대와 식생활 교육 활성화는 식량 주권의 문제, 지속 가능한 농업의 문제로 확대되어 무한한 사회적 가치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무상 급식' 못 먹어본 야만의 소치"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인봉 전북 장수중학교 교장은 무상 급식 주장에 "부자 급식" 등으로 비판하는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 등을 두고 "경험없는 세대의 무지다. 무상 급식으로 키웠으면 이런 말 안나올 것"이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장수중학교는 2006년부터 시작해 2008년부터 100%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김인봉 교장은 "3년에 걸쳐 무상 급식을 하면서 학교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무상 급식은 밥상에서만큼은 차별받지 않는 모두가 평등한 급식실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 급식을 할 당시 면제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 자녀들은 학교에서 아무리 관리하고 배려하더라도 3년 다니다보면 친구들이 알게된다"면서 "이런 학생들은 대체로 공부도 못하기 때문에 성적에서 차별받고 돈에 위축되어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농촌은 다 똑같다. 2005년 한달에 4만 원씩 급식비를 낼 때도 수확기에 목돈이 들어오는 농촌에서 쉬운 돈이 아니다"면서 "행정실이 부르거나 담임 교사가 부르거나, 왜 안내냐 독촉 받으면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무상 급식 받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너희 아이들은 어떤 밥을 먹이고 싶으냐'고 물으면 '왜 돈을 내야하느냐'고 묻는다"면서 "이런 것이 무상 급식의 중요한 효과다.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상 교육을 '좌파', '부자 급식' 등으로 비난하는 것은 경험이 없는 세대의 무지, 야만에 가득찬 사람들"이라며 "어른들을 무상 급식으로 키웠으면 이런 말은 안나올 것이다. 이들을 봐도 전면적 무상 급식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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