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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미쳤다…<조선일보> 등 네이버로 '배짱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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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미쳤다…<조선일보> 등 네이버로 '배짱 장사'

거대 언론 '편집 규칙' 무시…네이버 "이래라저래라 하기 어렵다"

NHN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선정성 해소'를 목표로 뉴스캐스트를 개편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각 언론의 선정적 편집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일수록 '뉴스캐스트 제목과 자사 홈페이지 기사 제목 일치'와 같은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거대 언론일수록 편집 규칙 나몰라라?"

<조선일보>는 22일 오후 "'개밥 먹이고 속옷 벗기기까지' 잔인한 중학생들", "'캐리비안 해적' 여주인공 하차…이유는 가슴?", "가수 D씨 '알몸'女와 찍은 사생활 영상 유출" 등의 기사를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올렸다.

▲ <조선일보>가 22일 오후 편집한 네이버 뉴스캐스트 화면. ⓒ프레시안

네이버는 각 언론이 '정치', '사회', '경제' 등으로 분야를 나누고, 각 분야별 톱기사를 노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는 어디 걸려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기사를 네이버에 걸어 '클릭 장사'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캐리비안의 해적 4' 여주인공 하차…이유 가슴 때문?"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어느 분야에서도 톱기사가 아니다. 이 기사가 배치된 국제 면에는 "오바마, 100년 만의 건보 개혁 성공…최대 승리자 될까?"라는 미국 하원의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 소식이 톱에 배치되어 있다. "가수D씨 '알몸'女와 찍은 사생활 영상 유출" 기사도 마찬가지다.

▲ 22일 오후 <조선일보> 홈페이지 국제면. <조선일보>가 네이버에 배치한 "'캐리비안의 해적4' 여주인공 하차… 이유 가슴 때문?" 등의 기사가 톱 기사가 아닌 일반 기사로 편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일보

이날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국제면 편집은 자사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본 지면에 큰 차이를 두는 거대 언론의 관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이날 <조선일보>가 국제면에 배치한 "가슴", "속옷" 등을 언급한 기사는 22일, 23일자 본지 국제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돈벌이 수단' 정도로 여기는 거대 언론의 태도를 보여준다.

또 네이버에 기사를 배치하면서 더 자극적으로 제목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의 현장 검증 소식을 전한 "술취한 김, 이양 다락방으로 기어올라가…"라는 기사를 "'여자 생각' 난 김, 이양 다락방으로 기어올라가…"라는 제목으로 바꿨다. 애초 선정적인 기사를 뉴스캐스트에 걸면서 한층 더 선정적으로 포장한 것.

또 20일에는 "농부 전희식의 '치매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 법'"이라는 기사는 제목을 "아랫도리 보여준 母, 온통 하얗게 센 체모에…"로 바꿔 올렸다.

▲ 16일 오전 <조선일보> 뉴스캐스트 편집. "술 취한 김"이라는 표현을 "'여자 생각'난 김" 이라고 바꿔 달았다. ⓒ프레시안

▲ 20일 <조선일보>가 편집한 뉴스캐스트 화면. ⓒ프레시안

선전성 문제, '뉴스캐스트' 개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연예 매체 역시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선정적인 편집을 보여준다. <마이데일리>는 22일 네이버에 게재한 7개의 기사 가운데 박지성 선수와 프리허그를 다룬 기사 외에는 모두 "전라 동영상", "각선미", "초미니", "가슴 성형" 등의 단어가 들어간 선정적인 기사를 배치했다. 또 대부분 '사회', '문화'.'세계' 등의 섹션별 분류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기사들이다.

▲ 22일 오후 <마이데일리>가 편집한 뉴스캐스트 화면. 7개의 기사중 2개를 빼고는 모두 선정적인 기사다. ⓒ프레시안

다른 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향신문>은 22일 선정적인 편집에 이어 23일에는 "경악! 일제 만행 명월이 생식기 공개"라는 제목으로 혐오스러운 사진을 내세운 편집을 해 누리꾼들의 항의를 샀다. 17일 오후 <국민일보>의 뉴스캐스트 역시 "노출", "섹스 비디오" 등의 기사로 뒤덮여 있다.

▲ 23일 오전 <경향신문>이 편집한 뉴스캐스트 화면. ⓒ프레시안

▲ 17일 오후 <국민일보>가 편집한 뉴스캐스트 화면. ⓒ프레시안

네이버 '속수무책'…"언론사에 불이익 주기 어려워"

이에 따라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뉴스캐스트 옴부즈맨 카페'에 누리꾼의 항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카페는 각 뉴스 편집창 아래 '독자 의견' 아이콘을 클릭하면 들어가 글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언론사들의 편집 행태에 네이버가 제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 각 언론사들이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클릭 장사'로 여기는 기본 시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뉴스캐스트를 개편했지만 각 언론사의 선정적인 편집 등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네이버는 옴부즈맨 카페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언론사와 지속적으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각 언론사에게 권고 조치 등을 주고 있지만 사실 시정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네이버에서 권고 조치 등 외에 언론사들에게 불이익을 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 선정적인 편집을 문제삼아 <국민일보>를 기본형 뉴스캐스트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민일보>는 당시 13차례의 시정 권고에도 선정적 편집 행태를 고치지 않았고 당시 결정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네이버의 임의적인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에서 언론사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선정적 기사, 낚시성 기사라고 해도 네이버는 정보 유통 플랫폼이고 정보를 생산하는 언론사를 두고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제휴평가위원회와 같은 제3의 조직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국민일보>가 퇴출됐을 때도 '여타 거대 언론사들 역시 비슷한 편집을 해오던 차에 <국민일보>만 본보기로 걸린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과연 네이버가 <조선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사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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