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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수출 주도 경제, 가계소득의 기업 이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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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수출 주도 경제, 가계소득의 기업 이전 효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 논란이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

최근 중국의 중앙은행장이 마침내 위안화 평가 절상을 허용할 것을 시사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 폭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올라서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 구조상 상당폭의 평가 절상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관련 기사:중국이 위안화 절상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루비니 "위안화, 단계적으로 소폭 절상에 그칠 것"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국제금융학계의 '쪽집게'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위안화 평가절상은 '2분기가 지나면서 달러 대비 2%, 이후 1년 사이에 1~2% 추가 절상'이라는 단계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루비니 교수는 앞으로도 "중국은 항상 신중하게 움직이며,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위안화 평가 절상 폭이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인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은 루비니 교수의 예측보다 높지만 5% 안팎에 머물러 큰 차이는 없다.

중국은 지난 2005년 7월에서 2008년 7월까지 3년 동안 21%의 평가절상을 허용했으나 그 이후 달러 대비 6.82 위안으로 사실상 위안화를 고정환율제로 운용해 왔다.

중국이 이처럼 고정환율제에 이어 국제적인 압력에 못이겨 평가절상을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루비니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만, 나는 수출 주도 경제 모델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수출 주도 경제는 수출 경쟁력을 위해 저평가된 환율과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부를 가계 소득으로부터 기업으로 이전하는 대대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도 이런 수출 주도 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 부산 신선대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 물량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수출 주도 경제는 갈수록 부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부의 양극화는 내수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한 보다 많은 보수를 얻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끊임없이 노동력이 유입된다. 부의 양극화, 고용 불안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중국 정부는 지금의 고속 성장을 지속해야 한다.

중국의 '마지노선 경제성장률'은 연 8%로 알려져 있다. 내수시장이 뒷받침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성장 속도가 그 이하로 떨어지면 고용 불안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5대 수출산업, 공급과잉 사태로 위기"

하지만 수출 주도 경제 모델의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통계를 근거로 이필상 고려대 교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반도체 등 5대 핵심산업은 설비투자의 '세계적 공급과잉 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

5대 수출산업의 세계 시장 공급과잉률(초과생산 능력을 소비수요로 나눈 비율)은 지난해 자동차 56.7%, 철강 37.7%, 석유화학 17.9%, 조선 14.4%, 반도체 3.9% 등에 달한다.

이처럼 공급 과잉 상태에서는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결국 연쇄적 퇴출로 이어지는 시장 조정이 일어나게 된다. 지금 '잘 나가고 있다'는 한국의 수출대기업들도 이 경쟁에서 타격을 받을 경우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한국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경고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 정부도 고환율, 저금리 정책으로 대기업들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이 일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85개 비금융 상장사의 2007년과 2008년 환율 상승시 기업가치가 오른 기업은 16개 대형사에 그친 반면 241개사는 기업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극소수의 수출대기업만 큰 혜택을 봤다는 비판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다.

이때문에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대기업의 고용 창출 기능이 한계에 부딪치는 등 이른바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기업들마저 '공급과잉의 조정'으로 흔들리면 낭패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신규 고용을 창출해 경제를 상향식으로 발전시키는 분수형 성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녹색산업 등 신사업을 선제적으로 발전시키고, 그 발전의 주역을 '작고 강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맡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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