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8일 첫 출근해 19개 지역사와 9개 자회사 사장 선임안을 내놓는 등 인사권을 행사했다.
지난 4일 '회사 정상화'의 조건으로 합의한 윤혁 TV 제작본부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당초 8일로 예정했던 취임식은 미뤄졌지만, 이날 인선안에서 '마산-진주 MBC 통합'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마이웨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마산-진주' MBC 광역화 시범 지역"…진주 MBC 반발
김재철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의 면접 때부터 '지역 MBC 통·폐합' 등 MBC 광역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8일 인선안에서도 김종국 전 기획조정실장을 마산과 진주 양사의 겸임 사장으로 발령해 광역화 추진을 선언했다. MBC의 설명에 따르면 "마산과 진주는 MBC 광역화의 시범 지역"이다.
향후 '광역화' 논의는 마산과 진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 MBC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최기화 정책기획부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이제까지 MBC는 광역화 논의에서 (각 지방사의) '자율'을 중시해왔지만 이제는 (서울 MBC에 의한) '촉진'도 중시하겠다"면서 "마산과 진주의 광역화로 시너지 효과가 분명한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계열사의 광역화 추진 자율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노동조합은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진주 MBC 노동조합은 "'서울 하달식' 파업은 받아들일 수 없다.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반발했다. 이에 MBC 노동조합은 "지역 MBC 구성원의 뜻을 무시하는 밀어붙이기식 광역화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밝혔는데도 기형적 통합 사장까지 내세운 것은 지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정수채 전 MBC 선임자 노조위원장, MBC프로덕션 이사로
한편, MBC 광역화 문제 외에도 이날 김재철 사장이 내놓은 인선안은 "원칙 없는 인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허위 사실 유포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정수채 전 MBC 선임자 노조 위원장을 MBC프로덕션 이사로 내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원칙 없는 인사는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부적격자까지 감투를 씌워주는 경악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어떻게 선임자 노조 출신을 다시 지역에 내려보내 MBC 구성원들의 가슴에 또 대못을 박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기화 부장은 "회사 내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의견을 하나로 묶어낼 인사가 필요하다"면서 "PD로서 제작 능력과 사업 능력이 있고 MBC프로덕션이 편향성과 관련한 시비가 일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방문진 반발에 윤혁 TV 제작본부장 문제 해결 못해
MBC는 당초 8일로 예정됐던 김재철 사장의 취임식을 오는 12일이나 다음주 초로 예정하고 있다. MBC 노조와 '노사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합의한 윤혁 본부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윤 본부장이 옮겨갈 것으로 알려진 MBC프로덕션 사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둔 상태이나 방문진의 반발에 밀려 실행하지 못했다. 이사직과 겸임하고 있는 본부장의 선임과 사퇴는 사장과 방문진이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김 사장은 지난 6일에 이어 8일 오전에도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관련 인사안을 논의했으나 방문진 여당 이사들의 반발에 밀려 윤혁 본부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김 사장은 오는 7일 오후에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나 '월권'이라는 방문진의 태도도 강경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기화 부장은 "아직 윤혁 본부장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사장이 조합원들과 약속한 것에 근접한 방향으로 이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재차 의지를 밝혔다. 그는 "본부장의 직무를 이동시키는 것은 사장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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