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3일 자신의 칼럼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의 책 광고가 <한겨레>에 아직 실리지 않은 이유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홍세화 위원은 이날 '아픔'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삼성을 생각한다>의 내용을 사회면 머리 기사로 소개하기는 했으나 책 광고는 관행인 할인 가격 대신 정상 가격을 요구하여 아직 게재되지 않고 있는 <한겨레>에 내면화한 굴종을 자백하라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며 저간의 사정을 밝혔다.
홍 위원은 "(<경향신문>이 게재를 거부하자 <프레시안> 등이 실을 수밖에 없었던) 김상봉 교수 칼럼의 망명 사연은 오늘 한국의 진보 언론이 겪는 존재론적 아픔의 속살을 드러낸다"면서 "명예 훼손 가능성을 따지며 싣지 못한 <오마이뉴스> 편집장의 해명 글을 읽으면서도 나에게 다가온 것은 아픔이었다"고 밝혔다.
홍 위원은 "오늘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한다'는 이건희 삼성 총수의 말보다 더 모욕적인 언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나 또한 이 칼럼이 실릴 것인지 가늠하면서 제목을 '아픔'이라고 에두르는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라며 자신의 칼럼 역시 <한겨레>에 실리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음을 밝혔다.
홍 위원은 "그래서 우리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야 한다"면서 "그것은 무엇보다 물신 지배에 순응하여 인간 본성의 발현인 자유인의 길이 아닌 굴종의 길을 걸어가는, 그리하여 들씌워진 욕망 체계로 인간성을 훼손하는 데까지 이른 우리의 아픈 몰골을 되돌아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을 생각한다>는 두 가지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진보 세력은 신자유주의라는 어려운 말 대신 '삼성'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게 그 하나"라면서 "우리 바깥에 있다고 여기는 신자유주의와 달리 삼성은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대가 잃고 있는 아픔은 슬픔을 동반하기엔 그 뿌리가 워낙 추악하다"면서 "그래서 뽑는 것밖에는 치유의 길이 없다는 게 또다른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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