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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더 잘 먹여 주세요!"

[김영호의 사자후] 무상 급식을 넘어서

제이미 올리버. 1975년생으로 국내에서도 그의 요리 다큐멘터리가 음식 채널과 여성 채널을 타면서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영국 요리사인 그는 서른도 되기 전에 스타덤에 오른 학교 급식 개혁가이다. 2004년 런던 교외의 한 학교 식당을 인수했다. 그리곤 "잘 먹여 주세요(Feed me better)"란 구호를 내걸고 학교 급식 뜯어 고치기에 나섰다. 그가 만든 다큐멘터리 '제이미의 학교 급식'이 TV를 통해 방영되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운동은 공중의 경각심을 일깨웠고 2005년 당시 토니 블레어 수상이 그의 운동에 동감해 학교 급식 개선에 3년간 2억8000만 파운드를 지원했다.

그는 학교 급식에서 유해 음식물 추방 운동을 펴고 있다. 그의 혁신적인 노력은 영국의 학교 급식에 일대 변화를 일으켰다. 어린이들이 야채와 생선을 좋아하게끔 요리법을 개발했다. 학교를 돌면서 잘못된 식단을 지적하고 가공식품 대신에 신선하고 영영가가 풍부한 식단을 짜도록 강조하고 있다.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는 아예 끊고 유기농산물을 먹도록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다. 그는 학교 급식 개선에 그치지 않고 가정에서도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당부하고 있다. 또 영국에만 머물지 않고 호주, 뉴질랜드, 미국을 돌면서 건강한 학교 급식 운동을 펴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5년 7월 15일 '식육기본법'이란 생소한 법이 시행됐다. 식육(食育)이란 음식이나 식습관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길러주는 교육이란 뜻을 가졌다. 식생활에 관한 교육을 체계화해서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전통 음식도 보존한다는 것이 법제정의 취지다. 이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체뿐만 아니라 학교도 급식을 통한 영양 교육과 식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식육을 통해 국민이 농업을 이해하도록 하고 지방농산물 소비진작을 통해 도농 간의 교류도 촉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환경을 보존하려는 정책 의지도 담겨 있다. (☞관련 기사 : "살고 싶다면, 당신의 밥상을 엎어라!")

정치권의 천박하고 유치한 '무상 급식' 논쟁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6월 2일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초·중등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 구조가 너무 천박하고 유치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찬성하나 한나라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논의의 본질은 자라나는 세대를 잘 먹여서 튼튼하게 키우자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 증진을 떠나서 공짜 급식은 부자 급식이니 인기 정책이니 하는 따위의 저급한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념 공세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학교 급식은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 어머니들이 나서야 한다. 무상 급식을 넘어서 건강한 식단까지 쟁취하는 운동을 펴야 한다.

문제의 발단은 작년 12월 경기도 교육청이 도내 초·중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무상 급식을 실시할 예산안 650억 원을 상정하면서 비롯됐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장악한 경기도 의회가 전액을 삭감해 버렸다. 그 대신 경기도청과 의회는 4인 가족 기준 월소득 200만 원 미만 가정의 초·중·고교생에게만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차이는 무상 급식을 초등학교 5∼6 학년 전체로 하느냐, 초·중·고교의 가난한 학생만 대상으로 하느냐이다. 여기에 야당 측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이 무상 급식을 주장하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지지하자 한나라당이 반격하고 나서면서 건강권이 이념 대결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재원 조달의 한계 때문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은 어려워 선별적 복지 정책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면 이해가 가능하다. 그런데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학교는 무료 급식소가 아니다", "전면적 무상 급식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며 색깔론을 폈다. 여기에 보수 진영이 무상 급식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것이며 장차 무상 교육을 지향하려는 의도라며 이념적 논리로 가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급식비 문제는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사서 먹고 그 돈으로 서민을 도와야 한다"며 전면적 무상 급식에 반대했다.

▲ 재정 자립도가 높은 서울, 인천, 대구 등 대도시는 1곳도 무상 급식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의무 교육은 무상, 급식비는 교육비가 아닌가?

의무 교육은 무상이라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럼 급식비도 교육비에 포함되느냐 하는 점이 논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일부 지자체들이 의무 교육에는 무상 급식이 포함된다는 인식 아래 무상 급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점에서 사회적 논의는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전라북도는 재정 자립도가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그런데 전체 초·중·고교 751곳 중에 479곳에 무상 급식을 실시하여 64.4퍼센트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충남, 경남, 전남, 충북 등도 무상 급식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에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 인천, 대구 등 대도시는 1곳도 무상 급식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오세훈 서울시 '무상 급식' 예산 '0')

의무 교육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책임을 가지며 무상성이 그 핵심이다. 따라서 수업료의 부담 능력을 따지지 않는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에게 무상 급식을 줘서는 안 된다면 수업료도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또 부유한 가정은 세금을 내니까 그 혜택을 받은 자격과 권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현실적으로 학교가 가계소득을 정밀하게 파악해서 급식 대상자를 선정할 능력이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학교 급식은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고 협동심과 질서의식을 깨우쳐주는 교육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무상 급식을 넘어 제대로 된 급식으로

이제 무상 급식이냐 아니냐는 저급한 논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신선하고 건강하며 위생적인 학교 급식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잊을 만하면 학교 급식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것은 조리 과정이 비위생적이고 식재료가 조악하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식품 시장에서 최고급은 백화점으로 가고 최하급품은 학교 급식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대부분의 식재료가 국적불명의 싸구려 수입품으로 만들어진 공장 급식이다. 이제 이 나라의 자라는 세대도 신선하고 건강한 학교 급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위탁 급식은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어간다. 로비의 대상이 되고 유착관계로 인한 비리의 소지가 크다. 직영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불량식품을 추방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재료 검수와 위생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 신선한 유기농산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인근 지역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쓰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지난 십수년간 시민단체들이 이 같은 요구를 해왔지만 관료 집단과 정치 세력의 의해 번번이 좌절됐다.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 선진국들이 자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머니들이 나서자. 시민단체와 손잡고 학교 급식을 뜯어 고치는데 앞장서자. 이것은 자녀의 건강권을 지키고 농촌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관료집단과 정치세력이 국가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야 할 세대의 의무교육 9년간의 교육과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자녀의 건강이 달린 학교 급식을 개선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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