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자립적인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단지 2프로가 부족해서 온다. 그 2프로는 한국말을 모른다는 것과 한국 법을 모른다는 것, 이거 두 개밖에 없다. 이거 두 개 빼면 그들은 일하고 당당히 대가를 받는 한국인 노동자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그 2프로 때문에 한국 생활의 명암이 갈리므로, 그 2프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국인은 그 2프로에서 수준 차이가 난다. 2프로를 잘 갖춘 노동자는 수준이 높은 사람, 2프로가 부실한 노동자는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먼저 한국말이 그들의 수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자.
캄보디아 사람들 중에는 한국 말 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말하자면 대체적으로 수준이 낮다. 캄보디아인 중 어느 정도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되면 우리 센터에선 통역 대접을 받는다. 동료들 간에는 리더로 추앙받고!
그는 독보적인 존재다. 왜냐하면 한국인 중에도 캄보디아 말 잘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토는 캄보디아인으로 한국말을 잘해서 존재감이 높다. 산토 주위에는 동료들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에워싸고 죽 따라다니기 때문에 산토는 마치 조폭 보스처럼 보일 때가 많다. 보스는 거의 매주 문제가 있는 캄보디아인을 나에게 데려온다.
어제는 자기 친동생 산바니를 데려왔다. 산바니는 산재를 당해서 8일간 입원하고 나온 참이란다.
"어떻게 다쳤어요?"
내가 묻자 한국말을 못하는 산바니는 말로 설명을 못하고 양말부터 벗고 끙끙거린다
이그! 수준이 낮다.
그는 왼쪽 둘째 발가락을 가리켰다.
"뭐가 뚫고 나갔다는 얘긴가?"
형 산토가 설명했다.
"*못총이 쏘아졌대요."
역시 수준이 높다.
다만 한국 사람은 수동태(passive voice)를 잘 안 쓰지만 그는 수동태를 쓰고 있다. <쏘아졌대요> 소위 영어식 한국말이다. 뜻을 해석하면 <작업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못총이 발사되어 둘째 발가락을 관통했다>는 것이다.
산재 신청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산바니에게 물었다.
"회사 이름이 어떻게 되죠?"
"몰라요."
한국에 온지 4년이 다 되었는데, 자기가 다니는 회사 이름도 모르면 수준은 최하다.
"회사 이름 알아가지고 나한테 알려줘요."
벙어리는 가만히 있고 형이 대신 대답했다.
"네."
이러니 어찌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리오.
수준은 확실히 차이난다.
*못총 : 공기압을 이용하여 못을 박는 못총(네일건, Nail Gun 혹은 타정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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