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로까지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서 6자회담이나 기후변화 문제 등 주요 국제 현안에서 양국의 협력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中, 미사일 요격 실험까지 하며 경고
미 국방부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대만에 64억 달러(약 7조4000억 원) 어치의 첨단무기를 판매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의회에 통보했다. 이 계획은 의회가 향후 30일간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그대로 실행된다.
판매될 무기는 UH-60M 블랙호크 헬기 60대, 신형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 114기, 오스프리급 소해정 2척, 지상 및 함상 발사 가능 첨단 하푼 미사일 12기, 다기능정보유통시스템 등으로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 시절이었던 2001년 대만에 11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팔겠다는 계획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가 무기 판매를 강행하려 하자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30일 중국 국방부의 황쉐핑(黃雪平) 대변인이 다음날부터 예정됐던 양국 군부 인사들의 상호 방문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른 부처들의 입장 표명도 쏟아졌다. 중국 외교부는 30일 허야페이(何亞非) 부부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양국간 군사교류를 중단하고 안보·무기감축·비핵화 문제를 두고 진행하는 양국간 차관급 대화도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미국 회사를 제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 발표 후 존 헌츠먼 주중 미국 대사를 소환하기도 했다.
키프로스를 방문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는 중미 양국간 3가지 공동 코뮈니케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으로,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며 중국 안보와 대만과의 평화적인 통일 노력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양 부장은 지난 28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대만사무판공실도 논평을 냈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도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해 미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10월에도 이번과 같은 이유로 약 4개월간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 회사에 제재를 가하거나 다른 분야의 양국간 협력의 훼손 가능성 등을 거론하지는 않았었다.
더군다나 작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의 군사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강도는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다.
아울러 중국은 지난 11일 예고 없이 미사일 요격 실험을 하고, 실험 성공 사실을 곧바로 발표하면서 미국과 대만에 대해 무력시위에 가까운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중국의 군사교류 중단과 미국 기업 제재 경고에 유감을 표명하기만 했다. 로라 티슬러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번 무기 판매가 "대만해협에서의 안보를 유지하고 지역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 작년 11월 있었던 대만군의 훈련 장명 ⓒ로이터=뉴시스 |
난기류 불가피…'미국과의 협력' 기본 틀은 유지할 듯
중국의 반발이 전례 없이 강한 것은 근본적으로 국제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미국의 금융시스템부터 고치라는 훈수를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 자국산 강관의 상계관세와 관련된 미국과의 무역 분쟁, 검색사이트 '구글'에 대한 검열 의혹과 그에 대한 미국의 비판 등에서 물러서지 않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불거진 대만 무기 수출 문제에 중국이 초강수를 두는 것은 특히 작년에 집권한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양안관계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에 따른 자신감도 깔려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지금 대만과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풀려가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좋은 흐름에 무기 판매 문제가 터져서 반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남주 교수는 "올해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중국의 인권 문제나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미국 내에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에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미리 맞불을 놓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은 중국의 이같은 강경한 대응과 미중관계의 냉각이 6자회담, 이란 핵개발에 대한 대응, 기후변화 등의 국제 현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이라는 기본 틀을 깨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상시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특히 6자회담의 경우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회담 복귀 조건 등에 합의한다면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양자간 갈등 때문에 중재에 소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나 무역 등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파열음이 적지 않게 들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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