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2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무기력한 사법 행정권-젊은 판사들 눈치 보느라 주요 사건도 제비뽑기식 배당"은 전형적인 왜곡 보도라는 비판이다.
<조선일보> "튀는 판사의 튀는 판결 통제 해야"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최근 '편향 판결' 시비가 확대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행정권이 무력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법원장의 재판배당권과 사무분담권이 유명무실해지면서 '튀는 판사'의 '튀는 판결'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 <조선일보> 21일자 3면 "무기력한 사법 행정권-젊은 판사들 눈치보느라 주요 사건도 제비뽑기식 배당" 기사 중 일부. ⓒ조선일보 |
"한 법원 간부는 '판사들의 성향이 제각각이고 실력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는데 사건을 제비뽑기 식으로 아무에게나 맡기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법원 간부들이 평판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법관들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원 내 특정성향 판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데 대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것이 사법 행정권이 무력화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컴퓨터 무작위 배당이 원래 원칙…'3심제' 모르나"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 보도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린 보도라는 비판이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 당시 일선 판사들이 컴퓨터 추첨을 통한 사건 배당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달리 신영철 대법관 사태 이전부터 '컴퓨터를 통한 무작위 배당'은 법원 사건 배당의 원칙이었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사건 배당은 컴퓨터를 통한 무작위 배당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유사 사건 등에 한해 법원장이 '임의 배당'을 할 수 있게 허용해왔다"면서 "그러다 촛불 관련 재판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주는 등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일어나 '재량권 남용'이 문제가 되자 사건을 임의 배당을 할 경우 관계 재판장들과 협의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조선일보>의 이날 기사는 사법 행정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게 법원장이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면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사법 행정은 절대로 재판 내용에 개입해서는 안되고 재판은 헌법과 법률에만 충실해야 한다"며 "'중요 사건' 운운하는 것도 그 기준이 무엇인가, 잘못된 도그마"라고 비판했다.
특히 '능력'과 '성향' 등을 운운하며 단독 판사를 비판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3심제'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사법 제도에 대한 몰이해가 깔려 있다는 비판이다. 김종철 교수는 "한국에서 고등법원에서도 사실심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1심이 약하다는 이야기"라며 "1심이 단독심이더라도 상급심에서 합의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쏙 빼놓고 마치 1심 판결이 확정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임지봉 교수도 "중요 사건을 경력이 오래된 판사에게 맡기자는 생각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상소 제도'"라며 "마치 1심 판결로 모든 재판이 확정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법원의 상소 제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튀는 판결'? 상급심 영향 주려는 정치적 여론 재판"
<조선일보>의 "'튀는 판사'의 '튀는 판결'을 통제하는 시스템" 주장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임지봉 교수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 전형적인 사법 소극주의로 전락했고 군사 정권에서도 무고한 사람의 자유, 권리, 생명까지 빼앗았다. 그런 판결들이 무난한 판결이었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국의 사법부가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려면 사법 적극주의에 입각한 판결로 입법부나 행정부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튀는 판결'이 필요한 것"이라며 "재판은 다원성을 무기로 한다. 헌법재판소에도 소수의견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종철 교수는 "재판 내용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이 튄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 법의 정신, 인권, 민주주의에 철저하게 입각한 평가를 해야 한다"면서 "법리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좌파'로 몰아붙여 단죄하는 것은 상급심에 영향을 주려는 정치적 여론 재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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