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진입 이후 소위 '중국의 부상'은 새로운 단어가 될 만큼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작년 런던 G20 회의 이후 차이메리카(Chinamerica)로 불리는 G2 시대의 대두는 늘 국제 뉴스의 최중심에 있었으며 경제나 외교를 막론하고 중국은 확고한 국제적 강자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개혁 개방 30년에 걸친 놀라운 경제적 성과와 2008년의 올림픽 개최, 유인우주선의 성공적 발사 등은 2009년 건국 60년을 맞는 중국의 국제적 부상을 공식화하였다. 2008년 말부터 세계를 엄습한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도 작년 독야청청 8%의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니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세계적 이슈의 해결은 이제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만하다.
물론 중국은 이러한 G2 시대의 대두에 대해 부정적이다.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며 아직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당연히 이에 걸맞는 책임을 떠안아야 되기도 하지만 미국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이 세계적 '위협'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세계의 구세주가 되어 달라니 이러한 180도 전환은 중국으로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강력한 경제적 성공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 국가로의 성장은 중국의 말대로 가히 중국 특색을 지닌 발전모델의 성공과 승리로 볼 수 있다. 전후 60년을 이끌어 왔던 시장가치와 민주 정치에 기반을 둔 미국식 발전 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와는 상대적인 중국식 발전모델 '베이징 컨센서스'가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로 떠오를 만큼 중국은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 성과의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이는 1992년 떵샤오핑(鄧小平)이 79년부터 추진된 개혁 개방의 정체를 걱정해 남쪽 지방을 순시하면서 개혁의 심화와 개방의 확대를 주창한 남순강화(南巡講話)가 중국의 발전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작된다. 이 시스템은 정치와 경제 권력이 과도하게 중앙에 집중된 체제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저급한 인권, 낮은 복지 그리고 저임금의 우세를 바탕으로 한 발전주의식 경제모델은 다른 국가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특수한 '중국식'을 창조해냈다.
이는 중국식 경제기적의 최대 동력이지만 또한 각종 사회 위기의 근원이기도 하다. 관료형 부패의 창궐, 법치체제 수립의 어려움, 부족한 인권 보장과 황금만능주의에 따른 도덕적 공허, 사회 양극화 그리고 경제의 기형적 발전과 자연환경과 인문 환경의 이중적 파괴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고민이 많다. 여기에 최근 자주 서방 국가가 언급하는 소수민족 차별 문제까지 국내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느 국가나 사회를 막론하고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 문제는 세계적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국가로 성장하려면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이를 해결하려는 가시적인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 문제의 해결은 올해는 건국 60년을 지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해야하는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의 신년사는 중국의 이러한 고민을 잘 나타내준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오는 5월 1일 개막하는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혹시 티벳이나 위그루 차치구 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되면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여하히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협력자로서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지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미국의 존재는 늘 부담스럽다.
또 현재 최대의 국내 정치 위협 요소인 '농촌' 경제도 고민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만 중국같이 권력의 집중이 과도한 국가에서는 경제 문제는 바로 직접적인 정치 문제가 된다. 특히 '삼농(三農)' 문제로 불리는 도시와 비교해 모든 부문이 열악한 거주지로서의 농촌, 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는 농업, 그리고 여기에서 신음하는 저소득 농민의 문제는 가장 직접적인 중국 발전의 장애요소이다. 이들 문제의 해결 없이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형 국가'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며 이는 중국의 장기적 발전 동력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통치의 합법성을 최대로 담보하는 경제 발전을 지속하고 국민적 통합을 달성하는데 최대의 적인 부패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 후주석은 작년 12월 29일 정치국 회의에서 '공산당원 지도 간부 청렴 결백 준칙'을 통과시키면서 '부패와의 전쟁' 확대를 선언했다.
서방과는 다른 형태로 민주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중국식 민주' 논의도 중요하다. 추구하는 민주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서방의 시각으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중국은 다양한 형태로 중국식 민주 실험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광뚱성(廣東省)은 정부의 결정이라도 광뚱 행정 구역 내의 수도 전기료나 학비, 토지 수용에 따른 이주 등 민생 사안에 대해서는 성 인민대표대회가 정부의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실험을 시작한다. 소위 '당이나 정부가 시키면 무조건 한다'는 중국적 환경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들 문제 외에 올해 중국 정치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름 아닌 권력 승계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지난 2007년 17차 공산당 대표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지도부를 이을 5세대 정치 체제의 기본적 골격을 완성하였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중국은 2012년 제18차 공산당 대표대회에서 시진핑(習進平) 당 총서기와 리커치앙(李克强) 총리 체제로 최고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받쳐 줄 하부 지도부를 둘러싸고 때로는 공개적이고 때로는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가 본격적으로 시도될 것이다.
현재 중국 정치 지도부는 꿍칭퇀(共靑團/공산주의 청년단) 계열과 소위 혁명 열사의 자제들로 구성된 타이즈당(太子黨) 세력이 분점하고 있다. 현임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타이즈당 계열이며,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 서기가 뒤를 받친다. 리커치앙 현임 국무원 상무부총리는 후주석의 권력기반인 꿍칭퇀 계열이며, 왕양(汪洋) 광뚱성 당서기가 선두주자로 리 부총리를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최근 보 서기와 왕 서기 간의 대리전이 시작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소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출생한 '공화국 1세대'가 지방 권력을 장악하고 새로운 '정치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중국 정치 향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해마다 그렇긴 하지만 중국은 올해 정치적 전환기의 기로에 서있다. 대외적인 중국의 부상은 이제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러나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부적 부상이 시급하다. '국내적 정치 문명의 부상'이 현재 중국에서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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